[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이달 들어 증권사 임원 및 주요 주주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증시 침체로 증권회사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일부 증권사의 임직원이 책임 경영의 의지를 내비치는 것은 물론 주가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
(사진=뉴스토마토)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금까지 임직원이 자사주 취득에 나선 증권사는 총 3개사.
윤장섭
유화증권(003460) 명예회장은 지난 20일 보통주 100주와 우선주 1000주 등 총 11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윤 명예회장은 이달 들어 4거래일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하루에 100주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이어갔다. 이달 들어서만 윤 명예회장이 매입한 자사주는 4480주에 달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4700만원 규모다.
유화증권 관계자는 "윤 명예회장은 경영진은 아니고 최대주주"라며 "빈번한 주식 매입으로 언급이 나오고 있지만, 최대주주가 한 번에 대량 매수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매수하는 것이 다른 주주들이 볼 때 더 긍정적으로 보여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해영
한양증권(001750) 대표이사도 이달 들어 1만5000주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주당 매입 가격은 6455원에서 6529원으로, 총 매입 규모는 9700만원에 달한다.
오너나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교보증권(030610)도 지난 13일 김병열 상근감사위원이 자사주 7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고, 지난 8일에는 박종길 상무도 자사주 500주를 사들였다. 두 임원이 이달 들어서만 사들인 규모는 3900만원에 상당한다.
이처럼 증권사 임직원들이 자사주 취득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임직원 스스로 책임 경영의 의지를 시장에 표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으로 상장사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은 지분가치 제고는 물론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기업 임직원이 자기 기업을 제일 잘 안다"며 "이들이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책임 경영 측면에서 좋은 의미로 생각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임직원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들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의 자사주 취득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1만2700원이었던 유화증권의 주가는 지난달 말 1만22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윤 명예회장이 잇따라 자사주 취득에 나서면서 전일까지 주가가 4.9% 상승했다.
한양증권 역시 지난 2월25일 6740원에서 지난달 말 6200원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정 대표이사가 자사주 취득을 밝히면서 주가가 전일까지 9% 넘게 올랐다.
이렇듯 증권사 임직원의 자사주 취득이 경영 자신감 표출과 함께 주가 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지만, 향후에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지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임직원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가 방어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사주 매입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