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논란' 점입가경..한진·SK·한화 등 재벌 합류(종합)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전·현직 대기업 임원 6명 페이퍼컴퍼니 설립
"회사와는 무관한 일"..해당 대기업 '선긋기' 나서

입력 : 2013-05-27 오후 4:06:28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국외 조세회피' 논란이 국내에서도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계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이다.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27일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에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한 한진해운,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 전·현직 임원 명단을 추가로 공개하면서 파장은 확산일로다. 명단에 이름을 올린 6곳의 해당 기업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7일 2차로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재벌 임원들의 명단을 공개한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사진=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쳐)
 
이번 명단에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운영한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폴란드차 사장, 조민호 전 SK 증권 대표이사 부회장과 부인 김영혜씨가 이름을 올렸다.
 
이중 현직 회장이 연루된 한진해운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한진해운 측은 일단 "회사와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은 뒤 "현재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1차 명단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지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차 명단이 발표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뒤 공식해명 자료를 내고 "최은영 회장이 2008년 10월 조용민씨(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와 공동명의로 회사와 무관한 서류상 회사를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했다"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특별한 필요성이 없어 2011년 11월경 동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주주명부에서도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이 연루된 한화그룹은 "황용득 사장 개인의 일이며 그룹은 전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명단이 공개된 27일 "한화그룹 일본현지 법인인 한화재팬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고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덕규 전 이사가 이름을 올린 대우인터내셔널도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특성상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일이 본부장(이사급) 단독으로 결정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절대 회사와는 연관이 없다"며 개인 결정인 점을 강조했다.
 
한편 조세회피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지난달부터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170개국 조세 회피자의 금융거래자료를 보도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버진아일랜드 등 해외 9개 조세회피 지역에 국내 24개 그룹이 설립, 보유한 해외법인은 총 125개, 자산 총액은 5조690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현재까지 폭로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재벌닷컴 분석에 따르면 SK그룹은 파나마에 52개 등 해외에 총 63개 법인을 보유해 1위를 기록했으며, 롯데그룹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9개 등 12개의 회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그룹은 총 6개, 동국제강은 총 6개의 물류회사를 설립, 보유하고 있다.
 
자산규모로는 한화그룹이 4개 법인 자산을 모두 합쳐 총 1조6822억원으로 1위였으며, SK그룹은 1조3267억원, 대우조선해양이 7849억원 순이었다. 또한 포스코그룹이 4660억원, 삼성그룹도 3536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LG그룹이 3342억원, 롯데그룹은 2062억원, 동국제강그룹 1793억원, 현대차그룹이 907억원 등 국내 재벌그룹 상당수가 조세회피 지역에 법인과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순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여론이 무차별적으로 페이퍼컴퍼니와 비자금, 탈세 등을 연관시켜 해석하고 있지만 이는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다"며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해당 지역에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관련 보도 이후 국세청이 역외탈세 추적을 선포하는 등 해당 기업들을 향해 '칼'을 뽑은 상황인데다 여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사나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보다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국내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공개한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현황.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계 유력 인사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탈세 및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의 전면에 서게 됐다. (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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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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