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던지 든든한 뒷배경에 의한 부당지원 및 불공정경쟁 논란이 존재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좀 더 심한 모습입니다. 국토가 워낙 좁아 지연, 학연, 혈연이 끈끈하게 맺어져 있고, 짧은 근대화로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탓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기득권과 줄만 닿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풍조가 사회 전반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업계에서도 창업자 백그라운드를 놓고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의 경우 집안이 화려해 뒷말이 무성했던 경우였습니다.
◇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사진제공=티켓몬스터)
신 대표의 할아버지는 70년대 권력의 핵심인 중앙정보부장과 법무장관을 역임한 신직수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직수씨는 사위로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두고 있으며, 홍 회장의 누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인 홍라희씨입니다. 신현성 대표로서는 막강한 ‘사돈어른’을 두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티켓몬스터의 성공이 중앙일보와 삼성의 지원, 혹은 기득권과의 관계 때문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과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신현성 대표가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은 것은 중앙일보가 여론몰이를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청년 창업가로서 모든 스토리텔링 요소를 갖추고 있었고,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초창기 티켓몬스터나 신현성 대표에 대한 보도는 트렌디한 소식에 반응하는 인터넷매체나 잡지 위주로 이뤄졌습니다.
아울러 삼성과의 상관관계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업모델 자체가 온라인 유통업이기 때문에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과 시너지를 낼 요소가 없고, 투자 또한 대부분 신 대표가 직접 구축한 국내외 벤처캐피탈 인맥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신현성 대표를 만났을 때 조심스럽게 관련 논란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사람들이 제 뒷배경에 대해 몰랐어요. 스스로 밝히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업을 하는 데 거의 영향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물론 중앙일보의 경우 친인척 관계이긴 하지만 사업이 자리를 잡았던 시점까지 기사가 나오지 않았고, 딱히 도움을 받은 게 없어요. 해외로 이민을 갔다가 15년 만에 돌아왔는데 손을 벌릴 상황이 안됐죠.”
따라서 소셜커머스 성공이 창업자의 뒷배경 덕분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평가라는 판단입니다. 오히려 창업자들 모두가 자수성가형 사업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허민 위메프 대표는 잇단 사업실패로 수십억원의 빚이 있는 상태에서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통해 인생역전에 성공했고, 김범석 쿠팡 대표는 두 번의 창업경험과 컨설턴트 생활을 통해 전문경영인로서 자질을 쌓았습니다.
◇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제공=뉴스토마토)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전 대표 또한 글로벌 벤처 인큐베이팅 업체 로켓인터넷의 경영진으로부터 인정을 받아 한국 지사장에 발탁됐습니다. 능력과 경험이 부재한데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회사 중역에 앉히고 부를 대물림하는 재벌가와 비교하면 이들의 모습은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제 2의 신현성, 김범석 대표가 나오는 게 공정경쟁과 계급이동의 가능성을 높이고,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진보하는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