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지난해 국내 10대 증권사의 직원 1명당 거둬들인 순이익은 315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35%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10대 증권사 직원들의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1일~2013년 3월31일) 1인당 평균 순이익은 전년대비 34.6% 감소한 3155만원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직원 1인당 순이익(당기순이익/직원수)은 금융회사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대 증권사의 직원 1인당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증권사 실적 감소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직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으면서 1인당 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7786억원으로 전년 1조2487억원보다 37.6%나 급감했다. 반면, 증권사 직원은 지난해 2만5499명으로 전년 2만6082명대비 2.2% 감소에 그쳤다.
(자료=금융감독원)
미래에셋증권은 2012 회계연도에 13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순수급여 기준으로 전체 직원 1848명이 평균 6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산술적으로 1인당 급여의 1.2배의 순이익을 낸 것.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에 비해 생산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의 2011 회계연도 직원 1인당 순이익은 5377만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타사에 비해 직원 1인당 순이익이 좋았던 이유는 인력 감소와 자산관리 수수료 증가 덕분"이라며 "특히, 인력이 전년에 비해 100여명 자연 감소했지만, 그 보다는 자산관리의 수익이 높은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체 수수료 수익 가운데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이 18%에 불과한 반면, 자산관리 수수료 비중은 31%에 달한다"며 "증권거래대금 급감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감소와 저성장·저금리 기조 등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사업구조가 그나마 타격을 덜 받아 타사대비 1인당 수익성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뒤를 이어 한국투자증권의 1인당 순이익이 6096만원으로 높았다. 이 외에 신한금융투자와
삼성증권(016360)도 각각 3938만원, 3670만원으로 상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당기순손실 21억원을 기록한
현대증권(003450)은 직원 1인당 82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감소로 위탁수수료가 감소했고, 투자주식의 감액에 다른 상품운용수익도 감소했다"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타사들이 회계상 이월시키는 것과 달리 우리는 사모펀드 등 자본투자에 대한 손실을 다 정리했고,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의 경우엔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좋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향후 인력 감축과 지점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증권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저조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2000선에 도달해도 일반 고객들의 주식 매매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증권사의 경우엔 수익성 다변화가 제대로 안 돼 있는 등 현재 증권업계는 과도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첫 사례인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인력 감축 뿐 아니라 지점 통폐합도 진행될 것"이라며 "주식시장이 좋아져도 거래대금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이 많아 구조조정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증권주에 투자할 경우엔 해당 기업의 실적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권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안 좋은 것은 장사가 잘 안된 영향이 크다"며 "효율성을 따질 때 분모인 인원의 큰 감소는 없는 반면, 분자인 영업활동들이 감소하면서 효율성 지표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지금 국내 증권주의 주가는 상당히 안 좋은 상황"이라며 "증권주에 투자할 때에는 기업의 실적 외에도 생산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