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일본물가가 두 달 연속 플러스권에 머물며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책, 이른바 '아베노믹스'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자화자찬하고 있는 일본은행(BOJ)의 정책 자신감에도 탄력이 붙어 통화완화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일본 물가 상승세가 실물 수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우려 역시 공존하고 있다.
◇日물가, 두 달째 플러스권..실업률도 5년來 최저
30일 일본 재무부는 7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의 0.4%와 시장 예상치 0.6% 상승을 모두 뛰어넘는 수준으로,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본 물가는 14개월만에 상승 전환한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플러스 권에서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 밖에 같은 시간 발표된 실업률도 전달 수치 및 예상치 3,9%에 모두 못 미치는 3.8%로 집계됐다. 이는 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약 5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해 일본 경기 회복 전망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7월 일본의 가계소비도 1년전에 비해 0.1% 늘어나, 3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본 근원 CPI 추이>
(자료제공=인베스팅닷컴)
◇수입물가 고공행진.."수요 견인에 따른 물가 상승이 중요해"
물가 상승세는 엔저 흐름에 따라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가격이 오름세를 나타낸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달 에너지와 신선제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지수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했다.
또 같은달 일본 기업물가지수 중 수입물가는 1년전에 비해 18.5%나 급상승했다. 특히, 에너지 수입비용은 지난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 때문에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정작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은 더 팍팍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노우치 슈지 미쓰비시 UFG 모건스탠리증권 스트래지스트는 "지난달 물가 상승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크게 기여한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계획대로 물가가 움직이고 있지만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서 아직 크게 낙관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수입 가격 상승이 일본 기업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수입 물가 상승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가 현행 5%인 소비세를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8%와 10%로 두 단계에 걸쳐 올린다는 소비세 인상안이 계획대로 시행되면 향후 경제 전망은 더 어두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초 물가가 1%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후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 상승세는 다시 둔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향후 일본 경제의 회복 여부는 비용이 아닌 수요견인에 따른 물가상승이 가능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BOJ의 정책 자신감 탄력..통화완화 기조 지속 전망
일본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일본 정부의 정책 자신감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아베 내각과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경제 정책이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BOJ 관계자들은 최근 잇따라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번주 이와타 키쿠오 BOJ 부총재는 "양적완화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말아달라"며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면 곧 경제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역시 앞서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적극적인 자산매입 활동이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야마와키 다카후미 JP모건 스트래지스트는 "일본 물가는 BOJ의 예상과 부합하고 있다"며 "BOJ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은 유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BOJ 관계자들이 낙관하고 있는 현행 통화완화 기조 역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니시오카 준코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실질 인플레이션이 움직이고 있어 이날 지표 결과가 BOJ에 힘을 싣고 있다"며 "BOJ는 현 통화완화책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추가 부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라시마 키이치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의 실제 상승 속도에 비해 BOJ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BOJ는 내년 1분기에 추가완화책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