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KT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가 올해 시장 공략의 키워드로 ‘메자닌(Mezzanine)펀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메자닌’은 건물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메자닌 펀드는 주식형과 채권형의 중간 형태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주로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교환사채(EB)·워런트(Warrant)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는 부담스럽고 비교적 안전상품인 채권과 예금 등의 낮은 수익률은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메자닌 펀드는 그 중간영역이죠.”
3일 김정희 KTB자산운용 채권운용 담당 상무(사진)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메자닌 펀드의 활발한 성과가 기대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통해 시장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채권·주식 중간영역으로 자금 몰릴 것"
KTB자산운용 메자닌 펀드의 특화된 경쟁력은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지 오래다.
메자닌 펀드를 통해 상장기업 채권보유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누리다가 주가가 오르면 주식전환 권리를 행사해 추가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여기에 시대적 저금리 현상이 심해지면서 상대적인 수익 매력은 커지고 있다.
메자닌 펀드와 같은 ‘중간영역’으로의 자금이동 징후는 이밖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자를 포기해서라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겁니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수익과 편의성을 따르는 투자자들의 자금이동이 더 활발해질 겁니다.”
정확한 속성과 내재된 위험을 모르고서는 투자가 어려운 투스탁 상품 등에 대한 개인고객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관심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투스탁 펀드는 자산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하는 일종의 파생상품 펀드다. 두 개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조건에 도달하면 예정된 수익률로 조기상환할 수 있다.
전통 채권투자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은 이런 대체투자가 불가피해진 배경이 됐다.
“당분간 채권금리가 과거처럼 오르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올해 채권시장에 지나간 한 차례 큰 오버슈팅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죠. 큰 그림에서 봤을 때 변동 폭 또한 더 커지지 않을 겁니다. 그야말로 좁은 박스권에 갇힌 시장에서 채권 수요가 늘어나진 않을 테죠.”
KTB자산운용이 리테일을 통해 판매한 메자닌 사모펀드는 총 36개(2011년 이후 설정), 1218억원(설정액)이다. 만기는 3년으로 CB나 BW 발행 후 전환이 1년 후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초기 1년 수익은 거의 제로다. 주가 등락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Refixing) 조항에 의한 것으로 이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운 기관자금은 아예 처음부터 담지 않는다.
“메자닌 투자는 장기투잡니다. 단기자금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소액투자 상품도 아닙니다. 1거래 단위는 1인 ‘5000만원 이상’으로 입금이 제한되는데 이마저도 최초엔 1억원 이상으로 입금을 제한했었죠.”
2011년 이후 설정된 KTB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는 내부수익률(IRR) 기준 7~8%의 수익을 꾸준히 내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가치중심의 저위험·저평가 투자
KTB자산운용은 리스크를 지양한다.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은 지향한다. 감내하는 리스크에 비례해 기대수익률이 커진다는 사실만 알면 된다고 김 상무는 말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리스크 없는 공짜 수익 또한 없죠.”
방어적인 성향의 운용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위험·저평가 투자대안을 선호하는 ‘가치중심의 투자’는 KT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의 기본 방침이다. 극단적인 포지션은 자제하고 수익원을 분산투자해 다양한 수익원(α)을 개발하고 체계화한다는 설명이다.
(자료제공=KTB자산운용)
“팀 합의를 통한 공동의사 결정을 추구하는 이윱니다. 매니저의 독단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죠.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틈날 때마다 이뤄지는 운용회의, 전략회의, 일일운용회의 등을 통해 전략 공유가 수월하게 이뤄집니다.”
KTB자산운용의 전체 채권운용북(Book) 사이즈는 3조원 정도. 운용인력은 김정희 상무 이하 총 11명으로 채권운용팀(4명)과 채권전략팀(2명), 전략투자팀(5명)으로 구분된다.
자체 구축한 전산 시스템은 KTB자산운용의 자랑이다.
“채권을 매수해 시스템에 가상매매를 넣으면 듀레이션 변화와 움직임 등을 전략화할 수 있습니다. 구경 온 연기금이나 공제회, 보험사들도 혀를 두를 정도죠.”
갈수록 세심해지고 있는 금융당국의 운용법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또 포트폴리오 구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운용 연속성까지 가미된다는 것이 김정희 상무의 얘기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성과가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분명 있습니다. 남들 터질 때 똑같이 터지지 않고 덜 터져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거죠. 수익만 쫓느라 리스크 관리가 소홀해지면 다음 기회를 맞기도 전에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김정희 전무는 1987년 동원증권 입사를 시작으로 지난 25.8년간 채권운용만 했다. 한남투자신탁운용과 교보투신, 대신투신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KTB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 총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