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3)갤럭시 기어 '절반의 성공'

혁신 놓고 갑론을박..삼성, 부담감 떨치지 못해

입력 : 2013-09-05 오전 7:56:41
[베를린=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기대가 컸던 탓일까. 오랜 기다림 끝에 갤럭시 기어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지만 탄성은 없었다. 심지어 실망의 표정도 엿보였다. 삼성전자 스스로 최대 부담을 안고 있는 혁신의 과제는 그렇게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3 개막을 이틀 앞둔 4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템포드룸에서 ‘삼성 언팩 2013 에피소드2’를 열고,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주연인 갤럭시노트3에 이어 등장한 갤럭시 기어는 예상대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하지 않았다. 이미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 부사장이 갤럭시 기어에 휘어지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플렉시블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했던 게 사실.
 
특히나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선 만큼 끊긴 듯한 혁신이 삼성전자를 통해 되살아나길 시장은 고대했다. 이는 고스란히 갤럭시 기어에 대한 기대로 모아졌다. 구글 글라스와 함께 입는(wearable) 스마트 기기 대표주자로 갤럭시 기어가 일찌감치 낙점된 것이다.
 
평범하다 못해 촌스럽기까지 한 갤럭시 기어의 외관은 자리에 모여든 국내외 미디어에게 별다른 감흥을 전해주지 못했다. 디바이스 자체로서의 완성도보다는 스마트폰에 연동된 하나의 부속품 이미지가 강했다.
 
전화 기능과 S보이스, 스마트 릴레이와 함께 카메라를 통한 메모 그래퍼 등 고심의 흔적을 드러냈지만 아무래도 방점은 갤럭시노트3와의 완벽한 연동성에 모아졌다. 삼성전자 스스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완벽한 스마트 컴패니언 제품”이라고 자평할 정도.
 
◇삼성전자가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삼성 언팩 2013 에피소드2'를 통해 갤럭시 기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갤럭시 기어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엇갈린 가운데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사진=김기성기자)
 
실제 삼성전자는 IFA 출장길에 오른 국내 기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갤럭시 기어는 이번 언팩의 철저한 조연(서브)임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의 관심이 갤럭시 기어에 모아진 상황에서 자칫 언론마저 갤럭시 기어에 초점을 맞출 경우, 갤럭시노트3의 완성도가 반감될뿐더러 ‘혁신 없는 삼성’ 이미지만 고착화될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갤럭시 기어가 삼성전자의 혁신을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과의 특허전을 통해 모방꾼(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삼성전자이기에 이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본 것이다. 이는 동시에 위기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이를 의식해 기대감 낮추기에 나섰지만 결과마저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제 첫 발을 내딛은 만큼 성급한 예단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삼성전자가 모든 부담을 떠안고 개척자의 길을 연 점은 나름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기어는 전화 기능과 S보이스를 통해 일정 등을 제어하는 음성인식 기능을 담았다. 또 알림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의 메일과 문자 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1.9메가 카메라의 메모 그래퍼 기능을 통해 놓치기 쉬운 순간을 사진과 짧은 비디오로 남길 수 있다.
 
또 음성 메모 기능을 통해 중요한 대화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이를 텍스트로 변환까지 해줘 손쉽게 검색이 가능해졌다. 갤럭시 기어를 착용한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1.5미터 이상 멀어지면 자동으로 휴대폰의 화면보호 기능을 활성화해 개인정보를 보호해 준다. 물론 휴대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 못할 때 스마트폰의 소리와 진동 등을 실행시켜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갤럭시 기어는 4.14cm(1.63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10종류의 시계 화면을 제공하며, 제트 블랙, 오트밀 베이지, 와일드 오렌지, 모카 그레이, 로즈 골드, 라임 그린의 6가지 색상으로 선보인다. 갤럭시노트3와 함께 이달 25일부터 140개국 이상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최강자 퀄컴은 같은 날 미국 샌디에이고 힐튼 베이프론트 호텔에서 미라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워치 '퀄컴 톡(Toq)'을 공개하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에 맞불을 놨다.
 
소니에 이어 삼성, 퀄컴이 스마트 워치를 속속 내놓으며  차세대 웨어러블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던 애플이 그간의 추락을 만회할 카드로 스마트 워치를 준비하고 있다. 앞선 세 주자가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숙제는 애플에게로 넘어갔다.
 
다음은 갤럭시 기어의 주요 사양이다.
 
크기: 36.8 x 56.6 x 11.1mm, 73.8g
AP: 800 MHz
디스플레이: 1.63형 슈퍼아몰레드 (320 X 320)
카메라: 1.9M 화소
배터리: 315 mAh
주요기능: 스마트 릴레이, S보이스, 메모 그래퍼, 보이스 메모, 오토 락, 파인드 마이 모바일, 미디어 콘트롤러
내장: 블루투스 4.0, 4GB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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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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