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활약 前프로게이머..'눈에 띄네'

입력 : 2013-10-13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프로게이머들이 그간의 실전 경험을 살려 게임업계에서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테스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게이머로서 쌓은 게임 분석 능력과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업 실무 부서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안준호 전 프로게이머는 지난해 아프리카TV(067160)의 모바일게임 사업팀에 입사해, 현재 모바일 게임 ‘아이러브치킨 for Kakao’의 운영실무 담당자로 활동하고 있다. 입사 1년차인 ‘신입사원’이지만, 게임을 분석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는 그의 능력은 아프리카TV 내에서 크게 인정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프로게임단 ‘SG패밀리’에 입단해 위메이드 폭스, 공군 ACE 등에서 활동한 프로게이머 ‘안기효’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제2의 인생을 설계해 보라는 어머니의 권유로 이름도 안기효에서 안준호로 개명했다.
 
안 씨는 “공군 에이스 제대를 끝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감하면서, 장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했다”며 “10년간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게임 분석 능력을 키워왔고, 이를 바탕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도중에 아프리카TV와 좋은 인연을 맺게됐다”고 입사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프로게이머였던 자신을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안 보여 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이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프로’게 아니라 게임을 만들어 가는 ‘프로’로서 제2의 인생을 열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프로게이머 출신인 안준호 아프리카TV 사원의 업무모습(사진제공=아프리카TV)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에서는 철권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김훈일 사원이 활약하고 있다.
 
철권은 일본의 반다이남코사가 만든 대전 격투 게임으로 김훈일 사원은 ‘200원’이라는 닉네임으로, 지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전세계 대회를 휩쓴 ‘절대강자’였다.
 
대학졸업 이후 자신의 경험을 살린 일자리를 찾던 와중에 올해 초 카카오 게임사업팀에 지원해 당당히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김 씨는 “사실 당시 카카오는 신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게임 퍼블리싱 경험이 있는 경력사원을 찾았었다”며 “게임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어 큰 기대를 걸지 않았지만, 카카오에서 게이머 경력과 게임을 분석한 블로거 활동을 높이 평가해 줘 운좋게도 입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10여명 가량에 불과한 카카오 게임사업팀에서 그는 신입사원이지만 최고의 게임전문가로 통한다. 한 주에도 수십건씩 밀려오는 ‘카카오 게임하기’ 입점 문의 게임들을 분석하고,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게임성을 판단하기에는 김훈일 사원만한 인재가 없다는 평가다.
 
김 씨는 “아직까지 서툴지만 회사에서 게임을 분석한 제 의견을 받아들여지고, 제가 추천한 게임들이 잘되는 모습을 볼 때는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게이머로서 느꼈던 기쁨과는 다른 많은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모바일게임 사업팀에서 근무중인 김훈일 사원(사진제공=카카오)
 
‘프로게이머’는 이미 한국사회에서 낯선 직업이 아니지만, 여전히 프로게이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해보면 선수로서 수명이 짧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게임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프로게임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며 “프로게이머 활동 기간에 선수 은퇴 이후에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준비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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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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