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앞둔 프로배구 감독들 하나같이 '엄살'

입력 : 2013-10-28 오후 4:42:54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시즌을 앞둔 시점에 상대방 견제 목적의 엄살이 다들 심했다. 심지어 최근 6년 연속 정상을 지키는 삼성화재는 자팀의 전력을 '4약'에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진짜 전력은 시즌이 일정기간 이상 지난 이후에야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8일 오후 'NH농협 2013-2014 V-리그' 남자부의 미디어데이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자 7개 구단 감독과 외국인 선수, 각 구단 대표 선수가 한데 모여 올 시즌 각오를 밝혔다.
 
(사진=이준혁 기자)
 
◇감독들의 신경전 "우리 팀이 제일 약해"
 
이날 최대 화제는 단연 최근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 위업을 이뤄낸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악재도 없지 않았지만 시즌마다 매번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국내 선수들의 빼어난 수비력이 더해져 결국 우승을 이뤄냈다. 2006~2007시즌부터 지금까지 벌써 6시즌 째다.
 
하지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올 시즌의 판도를 '1강 2중 4약'으로 꼽으며 삼성화재를 '4약'에 포함시켰다.
 
신 감독은 "새 시즌 시작은 두렵다"고 말문을 열면서 "10년 가까이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하위 선수들을 뽑다 보니 이제는 어떤 색을 내는 것도 힘들다. 솔직히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시즌 판도를 묻는 질문에 답했다.
 
'1강'으로는 삼성화재의 라이벌인 현대캐피탈을, '2중'으로는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를 포함시켰다.
 
신 감독은 "그저 똘똘 뭉쳐서 좋은 팀을 만들려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 감독에게 '1강'으로 지목받은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모두들 신(치용) 감독이 언제나 시즌 전에 엄살을 부리는 것을 잘 알 것"이라며 "대한항공이나 삼성화재, 우리카드, LIG손해보험 등이 다 비슷한 수준이라 본다"고 반격에 나섰다.
 
이어 "우리 팀(현대캐피탈)은 팀의 에이스 문성민이 바로 참가하지 못하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치른다"면서 팀의 약점에 대해 언급했다.
 
다른 팀들도 이번 시즌의 목표를 낮춰 잡았다.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은 "대한항공, 삼성화재, LIG손보, 현대캐피탈이 4강"이라고 답하면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지만 일단 최선을 다해 4강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고, 문용관 LIG손해보험 감독도 "목표는 겸손하게 '플레이오프 진출'로 설정했다"고 응답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도 "이기고도 비판받는 경기가 있고 지고도 박수받는 경기가 있다. 우리는 우선 승리를 목표로 하되 박수받는 경기를 하겠다"면서도 "김학민의 자리는 신영수가 메울 것이고, 한선수의 자리를 메울 황동일은 예전의 그가 아니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신생팀의 사령탑인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은 구단의 첫 시즌을 맞는 어려움과 다른 팀과의 전력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아직 목표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치열한 전쟁터에서 제 정신으로는 쫓아가기 힘들 것 같으니 우리는 한 번 미치겠다. 젊은 패기를 우선으로 연말 보내고 내년이 되면 새 각오를 밝히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사진제공=이준혁 기자)
 
◇각오 다부진 선수들.."외박 많이 주세요" 눈길 
 
엄살을 부리는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의 각오는 다부졌다. 확연하게 차이났다.
 
삼성화재 고희진은 "각오는 다른 것 없고, 무조건 통합 우승"이라는 짧은 말로 가슴 속의 포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연습을 많이 할수록 오히려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고 올시즌 자신감을 피력했다. 
 
새로운 기대주로 꼽히는 현대캐피탈 아가메즈는 "우승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올 시즌 팀 전원이 한 몸으로 뭉칠 것이다. 목표는 우승이다. 좋은 시즌이 될 것"이라며 깅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6전 전패한 LIG손보의 하현용은 "전(全) 구단 상대 승리를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지난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우뚝 올라선 쿠바 출신의 삼성화재 레오는 "올 시즌에는 좋은 외국인 선수가 많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언제나 그랬듯 우리 동료들은 좋은 팀워크를 쌓아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목표로 챔피언을 향해 뛰겠다. 나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선수들은 '감독에게 바라는 점을 말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현대캐피탈 최태웅은 "외박좀 많이 달라"고 외쳤고,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이) 하는 것 봐서"라고 화답했다.
 
LIG손해보험 센터 하현용 또한 "당장 생각나는 건 없지만 경기 이기고 외박좀 받겠다"고 말했고, 우리카드 센터 신영석도 "선수들 모두 바라고 있을 것이다. 외박 좀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KEPCO 서재덕은 "우리 감독님은 쉬는 시간은 많이 주신다"며 "시즌 중간에 텀(Term)이 있으면 외박이 아닌 투박(2일 이상 휴가)를 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부탁을 했다. 러시앤캐시 이민규는 "우리는 외박 다녀온 날에 항상 운동을 한다. 죽을 것 같다. 정말 힘든데 조금만 줄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신영석은 김종민 감독에게 부드러움을 기대했다. 신영석은 "우리 감독님 젊으신 편인데 연세에 비해 선수들이 너무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 조금만 부드럽게 대해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반면 삼성화재 고희진은 "모든 부분 잘 챙겨주셔서 특별히 바라는 게 없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에 빠뜨렸다. 이에 신 감독은 "그 말이 더 무서운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올 시즌 프로배구 경기는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SBS ESPN'과 'KBS N 스포츠'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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