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서유미기자] 한국형 투자은행(IB)의 닻이 올랐다.
자기자본 3조원이 넘는 대형증권사들에게 허용된 IB가 침체에 빠진 증권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IB시장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평가다. 영업용순자본이익률(NCR) 규제완화, 증권사의 위험관리능력(Risk Management), 국민연금 등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향후 개선요소로 지적됐다.
이때문에 한국형 IB가 완전히 시장에 자리잡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공여' 주력.."리스크 관리 철저히"
이번에 선정된 한국형 IB는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전담중개(프라임브로커리지)등의 업무를 통해 기업투자, 인수합병(M&A)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은 무엇보다 IB 업무 중 하나인 '기업신용공여' 부문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기존 은행이 전담하던 기업신용공여 부문을 새롭게 허용받아 사실상 막대한 먹거리 창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기업 신용공여의 범위는 대출, 지급보증, 어음할인 등이다.
특히 은행권의 단순 대출을 전담하는 기업신용공여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 한도 때문에 증권사는 기존 IB업무와 연계된 분야로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운영자금 대출이나 일반 담보대출 업무보다는 인수금융과 같이 부가적 사업으로 연결되는 딜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신용공여와 함께 허용된 프라임브로커리지(PBS)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한국형 IB 출범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은 '기업신용공여' 부문"이라며 "또 다른 업무인 프라임브로커리지의 경우 자본시장법 개정 이전인 지난 2011년부터 해왔기 때문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5대 증권사들은 현재 관련 부서를 따로 만드는 등 기업신용공여 부문에 중점을 두고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적으로는 기업금융과 프로젝트금융에서, 중장기적으로는 리테일부문을 통한 기업신용공여로 업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전사적 차원에서 '기업신용공여 태스크포스팀'을 따로 조직해 운영하고 있고 계열사인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과 협업을 고려 중이다. 현대증권 역시 신용공여 부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 은행과 증권사와의 협력을 구상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공여의 활성화가 사실상 IB 역량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라며 "신용공여 업무를 위해 리스크관리 체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관련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IB 활성화? 아직은 '요원'..난제 산적
이번 '한국형 IB'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업계에서는 기대반 우려반 분위기가 컸다. 기본적으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투자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IB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것은 영업용순자본이익률(NCR) 규제다. 현재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NCR 비율이 150%에 미달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한다.
이 경우 자본시장법상 자기자본의 100%로 제한된 총 신용공여에 대한 한도 규제와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자기자본을 통해 대출을 해야 하는 증권사로서는 이 규제가 눈엣가시인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지난 8월말 기준 업계의 NCR은 대우증권 523%, 우리투자증권 542%, 삼성증권 654%, 현대증권 470% 등으로 집계됐다.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관계자는 "기업신용공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신용공여 여력이 충분해야 하지만 현재의 법규 아래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며 "현재의 NCR 규제 하에서는 자기자본의 100% 수준까지 신용공여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자본규제는 너무 엄격한 편"이라며 "증권사 자체가 비즈니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완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NCR을 낮추자는 논의는 금융위와 금감원에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연말까지는 업계와 의사소통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주식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참여도 절실하다. 기존 헤지펀드에만 국한된 전담중개업무가 연기금, 금융회사, 외국 헤지펀드로 확대되면서 국민연금의 큰 손이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리스크를 배제하고서라도 워낙 시장 자체가 불황이다보니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활발한 투자를 위해서는 일단 기업실적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만 보더라도 기업들이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투자자체가 급격히 감소한다"며 "기본적으로 시장경기의 호전이 뒷받침된 가운데 그 틈새를 금융당국이나 정부가 나서서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