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했다가 붙잡혀 기소된 거물 브로커 이철수씨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유상재)는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와 제3자뇌물교부·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삼화저축은행 인수자금 부실대출·제3자 뇌물교부 부분 등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일부 부실대출·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문철 보해저축은행 회장이 삼화저축은행 등의 인수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보해저축은행을 사금고인양 795억원 상당의 돈을 임의로 대출받은 행위가, 업무상 임무에 위배된다는 점을 알고서도 죄의식 없이 적극 동조·가공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오 회장의 범행에 가담한 것은 건전한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을 믿고 예금을 맡긴 일반 서민들에게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금융기관 임원에게 부정한 목적으로 재물을 공여하고, 공무원에 공여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금품을 교부하기도 했다"며 "이는 금융기관 임원 및 공무원에게 직무상 요구되는 청렴성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훼손시킨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삼화저축은행 인수 등의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오 회장이고, 피고인은 오 회장의 목적 달성을 위해 차명차주를 구해오고 대금을 전달하는 등의 행위에 관여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것은 없어 보인다"면서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배임 행위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은 오 회장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2010년 8월 친구 윤모씨에게 "후배가 금감원 감독지원실장으로 갈 수 있도록 친하다는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통해 청탁을 해달라"고 부탁한 이후, 후배가 금감원 감독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됐다.
이 외에도 이씨는 I 캐피탈 임원인 또 다른 윤모씨에게 2010년 3월 "IBK가 씨모텍에서 발행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IBK측이 BW 50억원 어치를 인수하자 2차례에 걸쳐 윤씨에게 1억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이씨는 영업정지된 보해저축은행과 삼화저축은행에서 1000억여원의 자금을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출받은 혐의(배임·횡령) 등으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지난해 검찰의 부실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되자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4월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