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래부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스마트폰 출고가 '거품' 논란을 제기하며 제조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 가중은 이통사의 과도한 통신비 책정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뉴스토마토>가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 2분기 국내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글로벌 이동통신사 평균보다 2.5배가량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A에 따르면 올 2분기 SK텔레콤(017670)은 가입자당 평균 37.5달러, LG유플러스(032640)는 34.2달러, KT(030200)는 31.0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과 비교하면 3~4배 높은 수준이며, 1인당 평균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영국보다도 10달러가량 많은 금액이다.
특히 지난 2분기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규제가 실시됐음에도 국내 통신사들은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수익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보조금 규제가 LG전자(066570), 팬택 등 제조사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반면 통신사들에게는 수혜로 작용한 셈이다.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들이 해외 통신사보다 소비자들에게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이는 통신요금 거품이 심하다는 게 뚜렷하게 증명된 것"이라며 "LTE, LTE-A 요금제를 통해 통신료에 대한 가계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에는 출고가를 놓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통사들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었다.
특히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놓고 미래부, 이통사들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 LG전자를 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통신료 거품'과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가계 통신비 상승의 원인을 제조사로 돌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또 업계 일각에서는 스마트폰의 높은 출고가 형성과 관련해서도 이통사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4의 출고가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유력 통신사가 더 높은 출고가 책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가격 정책에 난항을 겪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의 활성화 이후 사용자 패턴이 달라진 것 때문이지, 결코 이동통신료가 상승됐기 때문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아태 지역의 경우 아직도 2G 서비스를 이용 중인 소비자가 많다"며 "한국이 서유럽보다도 통신료가 높은 건 LTE 요금제에 대한 수요가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국 이통사들보다 더 높은 ARPU를 기록하고 있다"며 "각국의 소득수준과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등을 감안해 한국의 ARPU를 보면 꼭 높은 수준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조사와 이통사 간 책임공방에 대해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확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도적 개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폭탄 돌리기 끝에 정작 국민이 폭탄을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