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3총사..판매 절반으로 '뚝'

수입 디젤차 공세·신차 부재·정부 정책 미약 탓

입력 : 2013-12-04 오후 4:59:52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2014'.(자료=현대차)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3총사로 불리는 쏘나타, 아반떼, K5의 내수 판매가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최근 불고 있는 수입 디젤 광풍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현대차(005380)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총 892대가 판매돼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3.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준중형인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고작 34대가 판매돼 63.8% 판매가 하락하면서 체면을 단단히 구겨야 했다. 기아차(000270) K5 하이브리드 역시 지난달 601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48.4% 하락했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판매 추이.(자료=현대차)
◇기아차, 하이브리드 판매 추이.(자료=기아차)
 
쏘나타, 아반떼, K5가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의 간판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추락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판매 급감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월평균 1000여대 수준의 판매를 나타냈으나, 올 들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른 감은 있지만, 일각에서는 친환경 차량인 하이브리드 초반 돌풍이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뛰어난 연비 효율과 고성능으로 무장한 수입 디젤이 앞다퉈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와 달리 다양한 모델 라인업까지 갖추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포드와 르노 등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운사이징 기술을 적용, 고연비·고성능을 실현한 디젤 차량이 대거 출시되면서 하이브리드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때문에 앞선 하이브리드 모델로서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연비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수입 디젤들을 막아서기에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SK엔카, 12월 중고 하이브리드 감가율 추이.(자료=SK엔카)
 
중고차 시장도 양상은 다르지 않다. 4일 SK엔카는 등록된 하이브리드 중고차 매물을 분석한 결과, 같은 연식의 차량과 비교해 감가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고차로서의 가치 하락이 크다고 것.
 
실제 2010년식 국산차 평균 감가율은 39.02%에 불과하지만,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 HDell 기본형은 53.05%로 조사됐다. 3년만 지나도 차량 가격이 반토막 난다는 이야기다. 수입 하이브리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신차와 중고차를 막론하고 친환경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예전 같지 않으면서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막막함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경우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 등에 길들여져 있어 하이브리드 운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하이브리드의 최대 장점인 연비 효율이 운전 습관 탓에 제 역할을 못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이 급속도로 퍼졌다는 설명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하이브리드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30% 수준에 이른다. 지난 1997년 12월 최초로 선보인 뒤 장기간에 걸쳐 운전자들의 운전습관 등 인식 변화가 일어나면서 자리 잡았다는 평가.
 
여기에 차량 가격이 비싼 데다, 신차 효과가 떨어진 것도 시장 위축에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정책 지원의 미흡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후속 모델 부재와 수입 디젤이 대거 출시됐다”며 “여기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정부 정책이 미약한 점도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열악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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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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