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연준의 채권매입 규모 축소 여부가 결정될지를 두고 글로벌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이 연내에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가 전문가 절반 이상 "내년 테이퍼링 예상"
로이터통신이 지난 10일 월가 전문가 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1%(19명)는 내년 1월에, 52%(33명)는 내년 3월에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USA투데이도 34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월 테이퍼링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55%로 가장 많았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둔화가 나타남에 따라 연준이 올해 안에 테이퍼링에 돌입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10월 이후의 지표가 테이퍼링의 기준이 될텐데 기껏해야 혼조세였다"면서 "연준은 최근 몇달간 계속 하락해온 인플레이션율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3.6%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었고, 11월 비농업 고용자수도 20만3000명 증가하며 예상을 상회했다. 실업률은 7.0%로 떨어지며 2년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율은 연준이 용인할 수 있다고 밝힌 수준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지난 10월 PCE 인플레이션율은 0.74%로 전달 0.95%보다도 뒷걸음질쳤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율 혹은 예상되는 인플레이션율 하에서 연준이 긴축 움직임을 보인다면 역사적인 기준에서 이례적인 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내년 3월에 채권매입규모를 월간 100억달러정도 줄이는 수준의 출구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내 테이퍼링 관측도 '급증'
하지만 최근 연준이 연내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크게 증가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연준이 연내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4%(9명)로 직전 설문조사 당시(5%)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의 설문조사에서도 연내 테이퍼링을 예상한 응답자가 전체의 47%로 지난달 조사 때 같은 응답을 한 비율 17%보다 30%포인트 늘었다.
프레드릭 미시킨 전 연준 이사는 최근 "연준이 감당할 수 있는 재무제표 규모라는 게 있는데 현재 이를 넘어서려 하고 있다"며 "연준은 거대한 재무제표를 원하지 않지만 자산 매각도 원하지 않고 있어 테이퍼링이 일찍 시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매달 850억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통해 현재 연준의 재무제표 규모는 4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경제성장률과 고용지표 이외에도 소비지출과 제조업지표 등이 호조를 보인 것도 연준의 연내 양적완화 시행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11월 미국의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7% 증가하며 5개월래 최대 증가폭을 보였고,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의 제조업지수도 2년7개월만에 최고치인 57.3을 기록했다.
최근 미 정치권이 2014 및 2015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며 2차 셧다운 우려를 해소함에 따라 연준이 부담 없이 연내에 테이퍼링을 실시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졌다.
에드워드 리머 UCLA 경영대 교수는 "연준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이 경제를 살렸다는 그 어떤 증거도 없다"며 "가장 좋은 것은 시계를 뒤로 돌려 9월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번달에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도 강화할까
연준의 이번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결정만큼이나 주목되고 있는 것은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Foward Guidance)에 대한 연준의 태도 변화다.
선제적 안내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나 기준금리 인상 등 중요한 정책적 변화를 앞두고 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지난주 "연준이 논의해야 할 것은 연준이 시장과 의사소통 하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조정해야 하는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의 포워드 가이던스로 실업률이 6.5%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실업률이 6%,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지기 전에는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연준이 기존 입장을 약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에 대한 선제적 안내와 함께 테이퍼링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는 것도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스캇 앤더슨 뱅크오브웨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테이퍼링 다음단계에 대한 명확한 컨센서스가 없는 만큼 12월 회의의 초점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될 것"이라며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동시에 단기금리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