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 유지돼도 기초선거는 '양강 구도'

"안철수 측의 기초선거 공천은 물리적으로 불가능"

입력 : 2014-01-16 오후 12:44:0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새누리당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공식적으로 파기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후부터 새누리당은 공약 실천을 민주당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해 전당원투표를 통해 '공천 폐지' 당론을 확정하자, 새누리당은 그동안 입장 표명을 사실상 거부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반년 만에 공약 파기를 공식화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기초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은 확실시된다. 새누리당이 '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감내하고 이같이 정당 공천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결국 6.4 지방선거에서의 이해득실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상당수가 민주당 소속인 현실에서 정당 공천이 없을 경우 인지도 면에서 크게 앞서는 현직 단체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압도하고 있고, 새누리당에 대한 기본적인 지지도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안철수 의원 측에서도 후보를 낼 경우 3자 구도가 돼, 야권 분열로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위헌성이 있다"는 논리로 공약 파기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기초의회 폐지', '오픈프라이머리'를 연이어 언급한 것도 이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라고 야당은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당공천이 유지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당 지지도가 새누리당에 크게 뒤지지만, '인물 선거'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현역 단체장이 많은 민주당으로선 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또 공약을 폐기한 주체가 새누리당이라는 것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정당 공천이 유지될 경우,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철수신당이다.
 
3자 구도가 될 경우, 안철수신당이 야권표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돼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는 더욱 낮아진다. 민주당 지도부가 지속적으로 '새누리당 어부지리론'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한편에서는 지방선거 전에 안철수신당이 창당되지 않을 경우, 안 의원 측에서 기초선거에 '지지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역단체장은 3자 구도로 가겠지만, 기초선거는 다를 것이라는 얘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초선거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천에서 밀린 사람들이 몰릴텐데, 이들을 가려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실제 안철수 의원 측은 창당 기반을 다지고,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시도지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이 우세하다.
 
그동안 각 정당의 지방선거의 성적표는 결국 광역단체장 의석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 측으로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선택과 집중’ 작전을 통해 광역 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것이 유력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결국 3자 대결로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광역단체장과 달리, 기초선거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지방선거관련법소위. 여야는 정개특위에서 기초선거 폐지에 대한 극명한 입장차만을 확인해왔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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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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