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거액의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이 향후 대응이 관심이다. 검찰은 당초 고발내용보다 혐의를 대폭 줄이고도 이 전 회장에 대한 신병확보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이 전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시민단체 등은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액수가 1000억원이 넘는다며 지난해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회장을 고발했다.
고발내용을 살펴보면 이 전 회장에게는 지난 2009년부터 임직원의 상여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2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
아울러 2010~2012년 KT사옥 39곳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특정펀드로부터 사옥 28곳을 감정가의 75%만 받고 특정펀드에 매각해 회사측에 870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 전 회장은 자신과 8촌 친척관계에 있는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운영하는 회사에 투자해 회사에 137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스마트몰'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부당한 투자를 지시해 회사에 200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이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적시한 횡령·배임 금액은 고발내용의 10분의 1에 불과한 100억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단계에서나 법정에서 배임혐의는 ‘경영상 판단’이라는 사측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 측 주장이 크게 대립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고발된 내용보다 이 전 회장의 혐의를 크게 축소한 것은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확실한 혐의만 영장에 적시해 이 전 회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작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검찰의 예상을 빗나갔다. 법원은 주요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동시에 변호인을 교체하고 14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장실질심사에 무단으로 불출석해 심문을 하루 연기시킨 이 전 회장의 ‘노림수’도 적중한 셈이 됐다.
현재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맡고 있다. 조사부의 수장은 16일부터 단행된 검찰 인사에 따라 양호산 부장에서 장기석 부장으로 바뀐 상태다. 수사라인 교체는 수사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검찰은 추가조사를 진행한 뒤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15일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기각 소식을 전해들은 이석채 前 KT 회장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