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디플레 우려에 '잃어버린 10년' 재연?

입력 : 2014-01-17 오후 4:04:44
[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갖가지 부양책을 사용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은 반등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유럽판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은 1990년대 일본의 극심한 장기침체 기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16일(현지시간) 알버트 에드워드 소시에떼제네랄 스트레지스트는 "투자자들은 미국과 유로존이 모두 디플레이션 위기에 다가가고 있다고 인식한다"며 "실제로 이들 국가의 분위기는 90년대의 일본같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전날 워싱턴에서 열린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램프의 요정 지니에, 디플레이션은 맞서 싸워야 할 도깨비에 비유했다. 
 
총재는 "현재 각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각 중앙은행이 설정한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1.5% 상승했다. 직전월의 1.2% 상승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목표치 2%를 하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전년대비 0.8% 상승해 시장 전망치와 부합했지만, 3%의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2011년 이후 꾸준히 둔화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평가다.
 
◇유로존 인플레이션 변동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디플레이션을 일으키는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수요 둔화다. 인플레이션 둔화 현상이 나타나면 소비자들은 향후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소비를 미루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디플레이션은 실업률 상승을 부추기고 경기 침체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실제로 일본의 기업들은 '잃어버린 10년'동안 수요를 증진시키기 위해 가격을 더욱 인하했고, 이로 인한 실적 악화가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지는 도미노효과가 발생했다.
 
에드워드 스트레지스트는 "현재 미국의 정체된 기업 실적과 낮은 생산성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작 미국과 유로존의 정책담당자들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뱅크 총재는 이날 "유로존에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은 부적절하다"며 "비이성적인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 역시 이날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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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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