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권오준 사장(사진)이 자산기준(공기업 제외) 재계 6위인 철강공룡 포스코의 차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
지난해 11월 정준양 회장의 퇴진 발표 이후 청와대 내정설 등 각종 진통 끝에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내부 출신 인사가 수장에 오르는 전통을 지켜냈다. 일단 정치권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외풍에는 견뎌 냈다는 평가와 함께 권오준 사장 또한 청와대의 검증과 낙점을 거쳤다는 분석이다.
그로서는 수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어 부담도 한층 커졌다. 단순히 축배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산적한 현안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는 극명히 엇갈릴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토대로 국가경제 중흥을 이끌고 국민기업으로 사랑받던 포스코로서의 본연의 위치로 돌려놔야 한다. '포스코를 포스코답게' 만들어야 함은 물론 외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 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수익성 회복이다. 포스코는 전방산업 부진으로 인한 수요감소 등 철강업 침체로 2010년 5조5441억원이던 영업이익이 불과 2년만에 3조6531억원까지 추락했다. 지난해에도 4분기 내내 영업이익이 1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업황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하락폭이 너무도 크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산 저가제품 공세가 강화되면서 영업이익률도 급감했다. 2005년 27.2%를 기록한 이후 3년간 20%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2009년 11.7%로 급락하더니 2012년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5%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원가절감 등 기존의 수세적인 대책을 넘어 고강도 처방전이 필요한 이유다.
급격하게 몸집을 불리면서 탄탄했던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2009년 정준양 회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M&A) 횟수가 잦아지면서 취임 당시 36개이던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었다. 동시에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정치권으로부터의 질타 등 외압을 낳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2009년 4조원에 불과하던 순차입금은 2012년 18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09년 18조6000억원이던 부채 총계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치솟았다. 같은 기간 60%대에 머물던 부채비율은 85%가 넘었다. 무리한 외형 확장이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사업 다각화라는 포스코의 주장은 본연의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반론에 맥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한층 치열해진 철강업 경쟁 부문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엔저를 앞세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일본을 상대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뿐더러, 하루가 다르게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 철강사들을 기술력으로 따돌려야 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제철이 3고로 완공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합병 등 일관제철소로 거듭나며 거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되풀이됐던 포스코의 잔혹사를 끊어야 하는 것도 숙제다. 박태준 초대 회장 이후 전임 회장들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정권교체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렸다. 또 내부 줄서기 등이 만연하면서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는 등 비극도 이어졌다. 지분이 없는 회장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지적이다. 결국 외부 압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CEO 승계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권 사장은 오랜 기간 기술 분야에만 매진해온 기술통인 만큼 정치권 등 외부에 빚진 사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에서는 포스코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권 사장은 포스코 출신으로 내부 인사가 회장직에 오르는 정통성은 지킬 수 있게 됐지만, 반대로 이해관계를 단절하고 내부 개혁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번 차기회장 인선 과정에서 정치권 등 외부인사 영입의 필요성이 줄기차게 거론된 이유다. 각종 이해관계를 단절할 때만 개혁의 칼을 빼들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부 인사의 경우 그동안 포스코가 추진했던 사업에 대한 이해가 밝고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강도 높은 체질 개혁의 칼을 빼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해관계를 청산하고 개혁을 추진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부 출신이다 보니 조직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이나, 조직개편 등에 대해서는 외부인사 보다 적응이 빠르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