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별개의 개인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53)이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6275만2000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22일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 전 원장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금품을 받은 적도 없고, 설령 받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는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돈을 건넸다는 황보건설 황모씨의 증언이 수사기관에서 법정까지 일치하는 점, 황보건설의 비자금 파일 문건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점, 황씨가 원 전 원장과의 만남을 기재한 수첩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황씨의 진술 일부가 번복됐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대해서는 "황씨가 피고인 원세훈과 오랜 시간 친분 관계를 고려해 범행 숨기혀 했던 것이 당연하다"며 "금품 교부 경위와 동기, 돈의 포장형태, 전달 방법 등이 구체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황씨의 허위 진술 가능성에 대해 "황씨와 피고인 원세훈은 20년 전부터 자주 만나며 상당 친분과계 유지했다"며 "그럼에도 선처받을 목적으로 국가권력 기관장인 피고인에 대해 악의적인 허위의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모두 증거능력 있어 피고인 원세훈이 금품 모두를 수수한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삼성테스코의 무의도 연수원 건립 산림청 인허가를 해결할 목적으로 원 전 원장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이라는 황씨의 일관된 진술을 바탕으로 금품 수수행위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황씨가 원 전 원장에게 돈을 건네고 며칠 후 산림청장과의 면담일정을 잡은 점, 인허가 문제가 해결된 뒤 돈을 추가로 전달한 점, 황보건설이 삼성테스코 공사수주를 받게 되자 또다시 돈을 지급한 점 등에 비춰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산림청장과 친분없는 황씨가 피고인의 주선없이 면담약속 잡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황씨의 수첩 일정에도 피고인에게서 전달받은 산림청장 이름과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황씨가 건넨 액수가 거액이어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교부한 금액으로 보기에는 너무 크다"며 "피고인도 연수원 인허가와 관련한 성격의 돈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순금 20돈 십장생과 스와로브스키 호랑이 크리스탈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생일선물로 준 것이라는 황씨의 진술 등에 비춰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서 "피고인 원세훈 국정원의 수장으로서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유지하며 특별히 행동과 처신에 유의했어야 하지만 건설업자에게서 다른 국가기관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사적인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공직사회 전체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치명적인 행위이고,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받은 금품이 거액이고 평소에도 수시로 고가의 선물을 받고 골프접대를 받은 점에 비춰 비난가능성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럼에도 피고인 원세훈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은커녕 이를 극구 부인하고 합리화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변명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 개정의 점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피고인에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재직 당시인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황보건설 대표 황보연씨(62·구속)로부터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현금 2000만원과 미화 4만 달러, 순금 20돈 십장생, 스와로브스키 호랑이 크리스탈 등 모두 1억69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6000여만원을 구형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