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카드업계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12년만에 다시금 위기를 맞았다.
사상 최대의 고객정보유출사고로 카드사들의 신규영업이 제한되고, 고객정보 공유도 엄격히 통제되는 등 규제가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2003년 카드대란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탓에 발생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사태는 카드사들의 고객정보 관리소홀로 빚어진 만큼 적잖은 후유증을 앓을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조치에 따라 보험, 카드 등 제2금융권은 오는 3월까지 전화, 문자메시지(SMS), 이메일 등을 통한 신규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유출 사고로 텔레마케팅(TM)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탓이다.
카드 3사(KB국민·롯데·NH농협)로 인해 불거진 정보유출사태 여파가 카드업계는 물론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
신규영업은 물론 신규사업 추진도 불투명하다.
올해 카드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활용사업이 떠올랐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빅데이터 마케팅은 카드사들은 회원들의 카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개발이나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로 카드사가 제휴사에 고객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도 제한하면서 고객DB 활용에 대한 카드사의 경쟁력이 한계에 직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의 60% 이상이 카드결제로 이뤄지면서 그 만큼 고객DB도 많다보니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높았다"며 "하지만 이번 사고로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해지자 고객DB를 통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정보유출사고는 12년전 카드대란과 성격은 다르지만 후유증은 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카드사들의 손해는 통합, 인수 등을 통해 1~2년 안에 해결됐지만 신용불량자 문제는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며 "이번 사고는 카드정보를 통한 금융사기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회복기간이 더 상당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2003년 카드대란 이후 LG카드는 구조조정을 거쳐 신한카드와 합병됐으며, 국민카드, 외환카드, 우리카드 등은 은행으로 흡수됐다. 삼성카드 역시 그룹으로부터 지원받으며 회복했다.
이번 사고는 징벌적 과징금, 카드재발급 비용 등 일시적인 손해보다 장기적인 신뢰회복이 관건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신뢰가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경영방식이 영업확대보다는 신뢰회복 측면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카드사는 업무특성상 가지고 있는 정보가 많다는 점이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이번 사고처럼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면도 있다"며 "소비자들의 카드대출 이용으로 빚어진 12년전 카드대란과 달리 이번 사고는 카드사의 관리소홀로 일어난 만큼 신뢰를 회복하는데도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