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응급실 상시 과부하..대기시간 30시간 넘는 곳도

입력 : 2014-02-14 오후 4:40:58
[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 초대형 병원의 응급실이 365일 ‘정원 초과’로 병상 포화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률이 95%를 넘는 중증 환자가 실려와도 응급실 체류 시간이 길어져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과밀화지수 상위 10개 기관.(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14일 공개한 ‘2013년 전국 430개 응급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보면 응급실 병상 수와 환자 수를 비교해 대기시간을 평가하는 과밀화 지수에서 서울대병원이 177.1%를 기록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2년 동일한 조사에서도 178.7%의 과밀화 지수를 받아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과밀화 지수가 100%를 넘으면 응급 병상에 비해 응급의료 환자가 많다는 것으로, 장시간 대기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등 ‘빅5’ 대형병원을 비롯해 전북대, 경북대병원 등 지방 주요 대학병원들은 병상보다 응급환자가 훨씬 많은 포화상태가 거의 1년 내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대병원 다음으로 경북대(140.3%), 서울보훈(133.5%), 전북대(132.0%), 경상대(125.7%), 분당서울대(125.2%), 전남대(122.1%), 서울아산(115.8%), 삼성서울(110.9%) 등의 병원이 과밀화 지수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망률이 95%를 넘는 중증 환자가 실려와도 치료받기까지 평균 5.9 시간이 걸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증 뿐 아니라 일반 응급 환자까지 포함해 초대형 병원 응급실에는 갈수록 환자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과밀화 지수가 100%를 넘는 응급실의 경우 응급병상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급한대로 의자나 임시 침상 등을 놓고 응급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빅5 대형병원 응급실의 환자 쏠림현상과 과밀화의 심각성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지적된 바 있다.
 
실제 빅5병원 응급실을 내원하는 환자의 주요질병 순위를 보면 1위가 암, 3위가 감기로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해야 할 상급병원 응급실이 암환자 입원대기용이나 경증환자 진료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의 3단계 체계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능을 중심으로 나뉜 것이 아닌 규모(시설·장비·인력)를 기준으로 나눴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응급실의 외형만 차이가 날 뿐 기능은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신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현행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해 상급응급센터는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는데 집중하고 지역응급센터는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한편 중증환자는 신속하게 상급응급센터로 전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응급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병원의 수익구조에 불리하지 않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 등 경제적 유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올해 처음으로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대기시간이 긴 10곳도 공개했다.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대기시간이 긴 10곳.(자료=보건복지부)
 
대기시간이 가장 긴 응급실은 서울보훈병원으로, 전년 44.1시간보다는 줄었지만 31.1시간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제대부산백병원(20.5시간), 조선대병원(19.1시간), 화순전남대병원(16.7시간), 양산부산대병원(16.2시간), 전북대병원(16.0시간), 원광대부속병원(15.3시간), 대구파티마병원(14.8시간), 서울대병원(14.4시간), 분당서울대병원(14.3시간) 등의 순으로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다. 
 
응급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 인력에 대한 법정기준 충족률은 2012년 69.7%에서 2013년 81.4%로 크게 뛰어올라 전반적인 응급의료 환경은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취약지의 경우 여전히 전담의사, 간호사 등 인력이 부족해 응급환자를 제 때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취약지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응급의료 고도 취약지를 고시해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거점 대형병원에서 취약지 응급실로 인력을 파견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병원 과밀화 현상과 관련해서는 “상태가 위급하지 않은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하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불편하다”면서 “응급실 병상 여유현황을 미리 확인한 뒤 의료기관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없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경화 기자
이경화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