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오는 2016년부터 공공·민간 부문 정년이 단계적으로 만 60세로 늘어남에 따라 기업 내 고령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증가하는 고령 인력을 활용하려면 기업 내 물리적 노동 환경 등이 개선돼야 한다. 나이 많은 근로자에게 적합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고령자 친화 기업'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친화 기업이 등장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는 고령자 친화 기업에 대한 논의는 언감생심이다.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글로벌 기업 등을 대상으로 ▲고령자 고용률 ▲작업 환경 ▲평생학습 기회 ▲교육과 직업훈련 기회 ▲근무 유연성 등을 평가해 인증하는 '고령자 친화기업'에 선정된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고령인력 활용하면 기업·국가에 긍정적"
우리나라에서 고령자 친화 기업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이유는 기업이 고령 노동자를 비용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기업 내 고령자가 늘어나면 임금 수준이 부담이라는 것이다. 박희준 서울대 교수가 한 제조기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해당 기업의 간부 직급 비율이 2012년 49.1%에서 2025년에는 64.6%로 증가한다.
이런 까닭에 현재 민간 기업의 평균 정년이 57세이지만, 실제 퇴직 연령은 약 53세인 상황이다. 이보다 일찍 퇴직하는 경우도 많다. '사오정'(45세가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말은 더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고령자를 생산성 향상의 동력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령 인력이 쌓은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기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들은 고령 인력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의 고령자 대상 역량 개발 프로그램인 '컴파스 프로세스'나 BMW의 고령자 친화적인 노동 환경은 널리 알려졌다.
이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 세대가 은퇴 이후 자영업을 시작해 실패하는 게 흔한 일이 돼 버린 사회적 문제도 막을 수 있다.
이형종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보다 고령화를 일찍 겪은 일본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고령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며 "고령자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은 고령자 개인에게도 이익이지만, 기업이나 국가에게도 인력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자료=노인인력개발원)
◇"연륜 중시하는 문화 조성..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정부도 고령자 친화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그 규모나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지난 2011년부터 고령자 친화기업을 선정해 이들 기업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으나 연간 예산이 3억원에 불과하다. 2013년 현재 설립 지정된 곳은 44개소로 이들 기업이 채용한 60세 이상 고령자는 1118명이다. 1인당 급여 수준은 약 73만원 선에 그친다.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있을 때 고령화 친화 기업이라는 영역이 보편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기준 자체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50세만 넘어도 퇴출 대상으로 간주한다"며 "정년 60세라는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문화적 요인 때문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나은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고령화에 대비해 교육을 통한 고령 인력의 역량 강화, 근무 환경 개선, 유연 근무제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 인력의 기술과 연륜을 중시하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경력직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사진=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