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CJ그룹 직원들이 수백억원의 회사돈을 횡령한 이재현 CJ그룹 회장(54)에게 유리한 법정진술을 쏟아냈으나, 법원은 '진술을 번복한 탓에 신뢰할 수 없다'며 끝내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용관)는 14일 천억원대의 횡령·조세포탈·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CJ그룹 회장실 재무2팀장으로 근무한 서모씨는 지난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한 진술을 부인하고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말을 바꿨다.
서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CJ그룹 재무2팀이 작성한 일계표는 이 회장의 개인재산 현황을 기재한 것이고, 이런 내용을 후임 재무팀장에게 인계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 증인으로 선 그는 "이 회장의 현금 흐름뿐 아니라 CJ그룹에서 조성한 부외자금 부분도 반영돼 있었다"며 말을 바꿨다.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정신적으로 충격받은 상황이었고, 주눅이 들어 당시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부정확하게 진술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CJ제일제당에서 조성한 부외자금을 이 회장의 개인재산으로 귀속시켰다고 한 검찰 진술도 "정확하지 못하게 표현해서 지금까지 후회스럽다"며 부인하고, "위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도 (법정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한 혐의로 기소된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성모 CJ그룹 부사장도 서씨와 같은 취지로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모두 검찰에서는 "비자금은 CJ그룹이 조성한 것이고, 이는 이 회장의 개인재산으로 귀속시킨 자금"이라고 진술했었다.
이후 이 회장이 마지막 피고인 신문기일에서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원칙적으로 부외자금과 개인자금이 섞일 수 없다"고 말하며 횡령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 조사 당시 조성한 부외자금이 개인자금과 혼용돼 사용됐는지를 확신할 수 없고, 회사를 위해 사용한 금액이 더 많으니 참고해달라고 한 진술을 뒤짚은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검찰진술과 법정증언이 다른 점을 오히려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법정진술은 검찰에서 수회에 걸친 조사에서 한번도 주장하거나 진술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재판장이 비자금의 보관방식, 결산방식 등에 대하여 지적하자 나온 최초 진술로서 진술경위와 과정 등에 비춰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인사는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바꾸는 것 자체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보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