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 '3관왕'

입력 : 2014-02-22 오전 6:39:28
◇안현수(빅토르 안)가 22일(한국시간)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러시아 국기를 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News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안현수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에서 러시아팀 멤버로 나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2006년에 이어 다시 3관왕

안현수는 이번 대회 500m, 1000m, 5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1500m에서는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전 종목에서 메달을 석권했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8년 만에 쾌속질주를 해냈다. 토리노와 이번 소치 대회 연속 3관왕(동메달 1개 포함)을 차지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 나서지 않았기에 두 대회 연속 3관왕인 셈이다.

안현수는 러시아에 역사상 첫 쇼트트랙 메달을 선사했다. 22일 기준 러시아가 딴 9개의 금메달 중 안현수가 선사한 게 3개다. 러시아는 약점으로 꼽혔던 쇼트트랙에서 금빛 수확을 이어가며 종합순위 2위에 올랐다.

안현수는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쇼트트랙 역사상 처음으로 전 종목 메달을 따냈다.

당시 그는 남자 1000m, 1500m, 5000m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500m에서는 동메달을 따 4개의 메달을 한국에 안겼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이 같은 기록이 이어진 것이다.

◇종목과 메달 수까지 이뤄진 계획

본인의 계획이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은 더욱 인상 깊다.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소치 대회를 앞두고 TV와 라디오를 통해 수차례 안현수의 계획을 밝혔다.

안 씨에 따르면 안현수는 이번 소치 대회 500m, 1000m, 5000m계주에서 메달을 따고 싶어 했다.

특히 러시아 팀 5명 전원이 금메달을 걸 수 있는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1500m에서는 메달 입상 정도를 기대했다. 4개의 메달을 노리며 세계무대에 건재함을 알리고 싶어 했다.

결과적으로 안현수는 종목과 메달 수까지 완벽하게 계획대로 이뤘다.

그때나 지금이나 빙판 위의 안현수는 차원 높은 기량을 선보였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나서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안현수는 변함이 없었다. 부상 공백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안현수의 저주'라는 말 까지

안현수는 한국 유니폼이 아닌 러시아 유니폼을 입었다. 그나마 국내에서 그의 소식을 전할 때는 안현수라고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그를 표기할 때는 'Victor An'이란 정식 명칭이 생겼다.

미국 샌디에이고 지역 일간지 유니온트리뷴은 지난 16일 "마이클 조던이 쿠바 유니폼을 입고 뛴 것과 같다"고 안현수의 귀화를 보도했다.

올림픽 기간 내내 대한빙상경기연맹 홈페이지는 뜨겁다. 한 때는 접속불량까지 일어났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현수의 귀화 이유를 들며 빙상계의 '파벌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12년 만에 노메달에 그쳤다. 불운과 기량 저하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안현수의 저주"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SNS를 통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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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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