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증시 전반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천연가스 가격 폭등 등 원자재 수급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승인하자 우크라이나는 예비군 소집령을 내리고 전군에 전투태세에 돌입할 것을 명령하는 등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경고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으나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고 무장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 및 러시아 지원병이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항 근처의 세바스토폴리에서 대형을 갖추고 서있다.
2일 우크라이나 사태 불안감에 뉴욕증시 주요 선물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 선물은 135포인트(0.8%) 하락한 1만6172포인트를 기록했고, S&P500지수 선물도 18포인트(1.1%) 하락한 1840을 나타냈다.
3일 개장한 일본의 닛케이255 지수도 우크라이나 불안에 2% 이상 하락했다.
빌 위더렐 컴버랜드어즈바이저 수석 글로벌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무력충돌로 이어진다면 전세계 증시에서 매도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초부터 자산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가 올해 최악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니콜라스 스피로 스피로소버린스트래터지 매니징디렉터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최악의 타이밍이 아닐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장에 불안요인으로 남아있다면 또 한번의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채권의 상당수는 러시아 은행에서 보유하고 있어 우크라이나발 신흥국 불안의 1차 피해국이 러시아가되는 자승자박의 결과가 나타날수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루블화는 올들어 10% 가까이 폭락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보다 1% 이상 상승하며 한때 배럴당 104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 가스 수요의 25%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가스수송관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돼 러시아의 가스 수송이 중단될 경우 가스가격이 급등하고 유럽 경제가 타격을 입을 위험이 있다.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커졌다는 점도 불안요인이다.
존 베이를 전 러시아주재 미국 대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10년전과 달리 국제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특히 러시아의 국제무역의 절반은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EU지역에서 수입하는 생필품 등이 크게 늘어난 만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가해질 경우 러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옥수수·밀 수출국가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곡물수출에 차질이 생길 경우 파장이 유럽을 넘어 전세계까지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금융지원이 당장은 불투명하다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우크라이나가 올해 갚아야 할 외채만 130억달러에 이르지만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축출로 러시아에서 제공키로 한 150억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은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과 EU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우크라이나의 자금지원 요청을 검토·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CNN머니는 전문가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자금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이번주 중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