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명품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대신 고가 전략으로 매출 증대를 꾀하며 이제는 부유층마저도 소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명품 업체들은 최근 몇년 사이 주요 제품의 가격을 많게는 두세배가량 올리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 루이비통 매장 전경(사진=루이비통)
샤넬의 퀼팅백 가격은 지난 5년간 70% 상승하며 현재는 49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까르티에의 트리티니 골드 팔찌의 가격도 2009년보다 48% 이상 오른 1만6300달러에 이른다. 피아제의 초박형 알티플라노 시계는 지난 2011년 6000달러에서 세배 이상 올라 현재는 1만9000달러다.
보스톤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의류와 가죽 제품, 시계류, 보석류, 화장품 등의 판매액은 3900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명품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지난 2010~2012년 11%에 이르던 명품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7%로 급감했고, 당분간은 이보다 낮은 6%대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WSJ은 중국의 반부패정책에 따른 명품수요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서구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의 고가전략을 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어 진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의 클라우디오 디아르피치오는 "명품 브랜드들은 더 이상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 혹은 지불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벌써부터 매출 감소에 직면하고 있다. 프랑스 기반의 명품 브랜드인 구찌는 지난해 매출이 2.1% 감소했고, 영국의 명품 핸드백 제조업체인 멀버리도 지난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루이비통 역시 지난해 패션과 가죽제품 부문 매출 성장률이 5%를 기록하며 전년 7%보다 감소했다.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 품질 유지와 제조원가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팩트셋과 SIX파이낸셜인포메이션 등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62% 올랐고, 소가죽은 17%, 금 가격은 두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제조비용 상승만이 제품 가격 인상의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내에서 명품 브랜드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3%를 기록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는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폭이 물가 상승폭의 10배에 달하는 것이다.
디자이너 브랜드인 스튜어트 바이츠만이나 갈리아노 등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레벨그룹의 창업자 안드레아 치콜리는 가죽가격과 금값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린다 해도 이는 단지 몇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관세를 피해 해외 쇼핑에 나서는 중국 관광객을 잡기 위한 전략도 명품 브랜드들의 고가정책에 일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