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으로 신뢰에 큰 상처를 입은 검찰이 국가정보원과 본격적인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지난 3일 검찰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 부장)을 지휘 중인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윤 검사장은 이날 "(국정원 출신 주중 선양영사관)이인철 영사가 문서를 입수한 쪽이 조선족이라고 보도됐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 영사의 문서 입수 루트가 조선족이라는 것은 국정원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주장이다.
국정원이 검찰 조사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자 본격적인 거리두기를 시작한 것이다.
처음 증거위조의혹이 불거졌을 때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리 검찰조직이 엉망이라도 스스로 증거를 조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지만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증거조작의 주체가 국정원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검찰 분위기도 어느 정도는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급 검사는 "정말 큰 위기가 될 수 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면서 "국정원과의 악연도 이제 끝을 낼 때"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국정원 때문에 조직이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수사팀과 지휘부의 마찰 때문에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대검에 있는 윤 검사장이 직접 진상조사팀의 지휘를 맡은 것도 국정원과 거리두기를 위한 김진태 검찰총장의 사전포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등 특별수사경험이 많기도 하지만 특히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 꼿꼿한 성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 윤 검사장의 스타일이 이번 사건 수사지휘의 수장으로 선발된 배경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 내 최고 '중국통'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소속된 노 부장을 팀장으로 하면서 총괄지휘는 대검에 있는 윤 검사장이 맡은 것은 검찰 전체가 이번 사안에 대해 총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윤 검사장은 지난달 28일 조작가능성이 제기된 문서들에 대한 검증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정원은 협력기관이 아니라 조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팀이 출범했을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최대한 협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보도를 통해 잘못 나오고 있는 정보가)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 정확하다면 모르는데 다른 부분으로 나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의 입을 통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정원에 대한 일종의 경고가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