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남은 여생은 그리스와 함께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는 그리스 전도사라고 불러주세요."
김창배 조르바(Zorba) 대표(사진)는 30여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종사한 전통 금융맨이다.
◇김창배 조르바(Zorba) 대표는 식당 한 쪽 벽면을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속 장면을 담은 사진으로 꾸몄다. 그 앞에서 한 컷.(사진=서지명 기자)
지난해 7월 우리투자증권 신사업투진담당 상무직을 끝으로 직장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6개월 만에 그리스 전문 식당과 여행사를 겸하는'조르바' 대표로 변신에 성공했다.
◇식당·여행사 동시 경영
이태원에 위치한 조르바는 그리스 전문 식당이자 그리스 여행 전문 컨설팅 업체다. 식당과 여행사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그리스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그리스는 우리들에게 그리스 로마신화나 지중해 산토리니 풍경 정도로만 알려져 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 그리스를 알리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1984년 씨티은행으로 입행한 뒤 1987년 한화증권으로 자리를 옮겼고, 1993년부터 한화그룹이 인수한 그리스 소재 아테네은행 이사를 역임하며 6년간 그리스에 머물렀다. 당시 6년의 시간이 조르바를 있게 했다.
그는 요리는 그리스 출신 전문 쉐프에게, 식당 운영은 그리스 관련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겼다. 경영과 관련해서 그는 최소한의 결정을 내리고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조르바를 알리는 역할에 충실하다.
그리스 신화와 종료, 철학 등의 이야기에 그리스에서 6년간 살았던 생생한 경험을 더했다. 그렇게 꾸준히 올리는 글이 조르바를 알리고 있다.
어떤 메뉴를 어떻게 팔지에 대한 고민은 전문경영인의 뜻에 따른다.
예컨대 조르바에서는 다양한 주류를 취급하는데, 그리스 전문 식당에 어울리지 않게 소주도 판매한다. 김 대표는 격(?)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이유로 처음엔 반대를 했다. 하지만 이제 웬걸, 소주와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여성들에게 특이 인기가 높은 버니니를 섞은 '소니니'를 팔면서 오히려 소니니를 찾아 오는 고객도 생겼다.
"은퇴자들이 퇴직 후 창업에 나섰다가 온전히 가게에 매이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 또한 활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오로지 가게에 전념하기 보다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힘쓰고 있습니다."
◇"즐기며 할 수 있는 일 찾으세요"
조르바는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오픈 3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초반에는 증권사 임원이었던 그를 보고 일부러 찾아온 손님이 많을 터.
아직은 좀 더 두고봐야 겠지만 어느 정도 성공 궤도를 향해 가고 있다는 판단이다.
조르바 대표 외에 IBK투자증권 사외이사 등 다른 직함도 갖고 있는 그는 회사를 다닐 때보다 요즘이 오히려 더 바쁘다.
조르바식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그답게 증권사 임원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내려놓은 이후 가벼운 백팩을 매고 등장한 그는 "BMW(Bus, Metro, Walking)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BMW를 타고 다니니 오히려 더 건강해졌단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전문적인 아이템을 고르되, 차별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 보다는 즐기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당이름 '그리스인 조르바'는 소설 속 주인공 알렉시스 조르바에서 차용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조르바,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조르바 식의 삶을 동경한 때문이다.
"조르바를 보면서 저렇게 사는게 행복이구나 느꼈습니다. 조르바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