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한화케미칼이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3월 들어 GDR(글로벌 주식예탁증서) 발행과 미국 다우케미칼의 기초화학사업 부문 인수 검토, 자회사인 한화L&C의 건자재 사업부문과 드림파마 매각 등 강도 높은 사업 개편을 추진 중이다. 비화학 분야의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유화와 기초소재 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결정하는데 보통 2~3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그간 김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결정이 지연된 개편안이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4일 GDR(글로벌 주식예탁증서) 발행 검토를 신호탄으로 12일에는 미국 다우케미칼 기초화학 사업부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14일에는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L&C가 건축자재 사업부문 매각을 발표한 데 이어, 19일에는 제약부문 자회사인 드림파마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이에 3월에만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3건이나 요구받는 등 유화업계는 물론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최근 경영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전열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유화사업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소재 부문을 집중 육성해 새로운 캐시카우(주수익원)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이번 한화L&C의 건축자재 부문과 드림파마의 매각은 본업과 신규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재무건전성 확보도 사업 재편의 또 다른 목적으로 거론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011년 하반기부터 수익이 급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폴리에틸렌(PE)·폴리염화비닐(PVC)·염소/가성소다(C/A)·기타 등 유화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11.9%에서 2012년 4.0%로 급락했다. 태양광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진 가운데, 이를 상쇄해 주던 유화사업마저 업황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부진한 현금흐름은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화케미칼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1년 147%에서 2012년 171%로 24%포인트 급등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부채비율 역시 192%에 달했다. 이로 인해 증권가 안팎에서는 신규 투자에 나서기보다 재무 건전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유화사업 강화는 물론 태양광과 나노, 2차전지 재료 등 신사업을 키워 새로운 현금 창출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신사업 분야는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보니 자금 확보 차원에서 연결기준 부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용평가 업계는 한화케미칼의 사업재편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재정비 결과에 따라 재무 상태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추진하는 사업 재편 방향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신규투자 부문은 재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