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스마일게이트가
선데이토즈(123420)의 지분 20%를 1206억원에 인수하는 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이로써 지난해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의 일부 지분매각(약 820억원),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약 700억원)을 뛰어넘는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사상 최대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벤처업계는 이번 거래가 투자시장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선데이토즈 창립자 3인방, 성공적인 ‘Exit’
지난 24일 공시된 스마일게이트의 선데이토즈 지분매입은 이정웅 대표와 창립멤버 2인이 보유한 주식 47.02% 중 20%(666만4506주)를 주당 1만8100원, 총 1206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이다.
이 계약으로 스마일게이트는 단숨에 선데이토즈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스마일게이트 측이 선데이토즈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교체가 없다고 밝힘에 따라, 이정웅 대표는 경영권을 가진 상황에서 현금으로 투자금을 회수(exit)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지난 5년간의 노력을 보상받게 됐다.
그렇다면 이정웅 대표와 창립 멤버들이 가져가는 현금은 각각 얼마일까.
지난 20일 제출된 선데이토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정웅 대표는 선데이토즈 주식 28.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선데이토즈의 창업멤버인 박찬석 이사와 임현수 이사는 각각 12.76%와 5.8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3인의 정확한 지분 매각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보유지분과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매각했다고 가정하면, 이정웅 대표는 12.09%, 박 이사와 임 이사는 각각 5.43%, 2.48%의 지분을 스마일게이트 측에 넘기게 된다.
즉, 이번 거래로 인해 이정웅 대표는 약 730억원, 박찬석 이사는 326억원, 임현수 이사는 150억원을 각각 손에 쥐게 됐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정웅 대표 외 2인의 창립멤버들이 보유 지분과 동일하게 수준에서 이번 매각에 참여했다고 가정하면, 이정웅 대표 730억워, 박찬석 이사 326억원, 임현수 이사 15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자료 = 뉴스토마토)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게임시장 중심으로 ‘급부상’
스마일게이트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단숨에 국내 최정상급 모바일 게임사로 떠오르게 됐다.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대표 게임인 1인칭 슈팅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면서 지난해 전세계 매출이 1조321억원에 이른다.
리그오브레전드(6730억원), 던전앤파이터(4594억원), 월드오브탱크(4012억원) 등을 앞서는 세계 매출 1위의 온라인게임이다.
하지만 크로스파이어 하나의 게임에만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늘 스마일게이트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연말 국내 시장에 크로스파이어를 재출시하고, 자회사 팜플을 통해 모바일게임을 출시하는 등 중국 시장에 편중돼 있던 기존 사업구조를 한국 시장으로 넓히는 중이다.
선데이토즈는 향후 스마일게이트의 국내 게임시장 공략의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일게이트는 국내 일사용자수 668만명에 이르는 애니팡 시리즈를 확보해, 이후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과의 크로스 프로모션 등 게임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앱 통계사이트 앱랭커에 따르면 지난 한달 간 애니팡2의 일일 사용자수(DAU)는 340만명에 이르며, 애니팡1과 애니팡 사천성은 각각 198만명과 130만명 수준이다.
◇애니팡 시리즈 일일 사용자 현황(자료=앱랭커)
국내 최고의 모바일게임 IP(지적재산권)인 '애니팡'을 활용해 다양한 부가 사업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스마일게이트'와 '애니팡'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시너지 효과는 향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판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유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주당 1만8100원의 인수가격은 현재 시점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가격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스마일게이트가 유력한 모바일게임사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벤처업계와 게임업계..’극과 극’ 분위기
이번 인수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스마일게이트의 선데이토즈 지분 인수를 벤처 생태계 구성을 위한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5년 차 게임 스타트업 ‘선데이토즈’가 주식시장 상장과 지분매각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대박’을 안겨줌으로써 투자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자의 노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진 케이스로, 아주 이상적인 행태의 지분 매각으로 볼 수 있다”며 “더군다나 해외자본이 아닌 국내 게임사인 스마일게이트에 인수된 점도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반면, 게임업계 일부에서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초고속 상장,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한 ‘애니팡2’, 창업자의 성공적인 투자금회수(exit) 등 일련의 과정이 불과 지난 1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정웅 대표이사와 창업자들이 선데이토즈를 더 큰 회사로 성장시키지 않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겼다는 비판이다.
또 표절논란으로 게임업계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이후에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는 점도 향후 계속 논란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3명의 창립 멤버는 막대한 현금을 챙기겠지만, 함께 고생한 직원들은 표절 게임사 출신이라는 오명만 뒤집어 썼다”며 “선데이토즈의 성공은 창립자들의 노고도 중요했지만, 직원들의 헌신과 모바일 게임업계 전체의 뒷받침이 있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