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그룹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남아있다. 삼성은 26일 “분명한 사실은 삼성도 피해자라는 점”이라며 검찰 수사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재계는 물론 법조계 안팎에서도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보는 시선이 짙다.
우선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여인에게 돈을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모씨의 승진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모씨는 삼성물산 차장으로 재직하던 중 삼성물산 자회사인 케어캠프 임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규모가 작은 자회사라지만 차장에서 이사 대우로서의 승진은 발탁에 가깝다. 이모씨는 이후 퇴사 전까지 케어캠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의혹은 또 있다. 그가 회사 돈 17억원을 횡령한 점이 밝혀졌는데, 어렵게 횡령한 돈을 굳이 임모 여인에게 전달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이모씨는 2010년 1억2000만원을 임씨의 아들 채모 군 계좌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전 고검장이었던 채 전 총장의 사무실에 임씨가 찾아가 소란을 피운 직후였다. 또 채 군이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인 지난해 8월에도 8000만원을 추가로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채 전 총장과 고교 동창 관계라고는 하나 2억원이라는 거액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전달했다는 부분은 사실로 받아들이기에 설득력이 약하다. 특히 동창 등 어릴 적 친분이 있던 이를 고위 관계자와의 교류에 내세우는 것은 재계 내에 통용되는 공공연한 로비 방식이다. '관리'의 삼성도 이 같은 접근방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외에도 의문은 남는다. 삼성 설명에 따르면 이모씨의 횡령 사실은 지난 2011년 내부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달에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대해 이인용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사장)은 “지금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을 회피했다.
채 전 총장은 앞서 2002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를 맡은 책임자로, 삼성은 에버랜드 헐값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사실상 그룹을 상속했다. 일종의 편법 상속으로,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인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