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무색하게 시간이 갈수록 전세값 상승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전세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월세화 대응에 나서면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시장은 월셋집 증가와 전셋집 감소가 급격하게 엇갈리는 과도기를 맞아 진통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평균 전셋값은 1.74%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1%보다 상승폭이 크다. 서울 역시 올해 1분기 2.15% 오르며 지난해 1.30%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다.
2012년 평균 상승률인 전국 1.44%, 서울 0.47%보다도 높다. 전국이 매주 역대 최고 전세가를 경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3년간 1분기 전셋값 상승률(자료제공=KB국민은행)
1년 사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두번의 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나온 8.28전월세대책과 2월 2.26임대차선진화방안이 공개됐지만 전셋값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8.28전월세대책에서 정부는 취득세율을 영구인하하고, 1% 초저금리 공유형 모기지제도를 도입했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목적이다. 8.28전월세대책에서 폐지키로 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는 지난해 말 도입 10년만에 폐지됐다.
2.26임대차선진화방안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월세형 임대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수익보장형 리츠 구조를 개발했다. 세입자에 대해서는 월세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줬다.
8.28전월세대책은 직접적인 전세 대응책이 아닌 매매 전환을 유도해 전세수요를 감축하는 간접적 지원책이다.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했지만 이는 전셋값 상승세만 부채질했다.
2.26임대차선진화방안은 월세화에 대비한 대책에 중점을 뒀다. 특히 보완대책을 통해 전세 임대소득에도 과세하기로 함에 따라 다주택 보유 심리를 위축, 민간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
서울 흑석동 대림공인 관계자는 "추가로 주택을 구입해 전셋집을 내줘야 할 여유자금세력들이 임대소득 세금 부과와 소득노출에 매수를 망설이고 있다"면서 "시세차익 실현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득 노출에 대한 부담을 안고 무리하게 집을 더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대비 0.01% 하락했다.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선지 15주만에 재하락이다.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전셋값 안정으로 연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월세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세입자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급증하는 월셋집과 급감하는 전셋집 사이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월세 대응만을 선택한 것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는 울며겨자먹기식 거래로 보면 된다"며 "세입자는 주거비 부담이 낮은 전세에 살고 싶지만 전세가 없어 월세로 넘어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정부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임대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세수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월셋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있어야 하지만 아직 임대차시장의 절반은 전세다"며 "전세수요가 있는 이상 전세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 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