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3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대로 강 전 회장이 현재 부인하고 있는 혐의들과 정·관계 로비부분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9일 현재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강 전 회장과 STX그룹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변모씨(60), 전 그룹 경영기획실장 이모씨(50), 전 STX조선해양 CFO 김모씨(58)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대비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 등은 재무구조가 튼튼한 STX중공업으로 하여금 STX건설의 기업어음 300억원 상당을 매입하도록 하고, STX건설과 중국 현지법인인 STX대련에게 각각 700억원과 1400억원의 지급보증을 서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회장 등에게는 540억원 가량의 회사자금을 빼돌려 임의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STX조선해양과 STX건설 등 계열사들이 2008~2012년 대규모 부실을 감추기 위해 2조3000억원 가량의 분식회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주로 각종 원자료와 부품 등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장부에 기재한 뒤 손실 발생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는 방법으로 부실 규모를 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강 전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우선 구속영장에 분식회계 혐의는 집어넣지 않기로 했다.
강 전 회장은 또 자신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 분식회계 과정을 알면서도 직접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혹은 분식회계 사실을 묵인했는지 여부와 횡령한 회사자금 540억의 출처를 추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부분이다. 특히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이희범 전 산업부장관을 영입한 이유를 수상히 여기고 있다.
이 전 장관은 2009년부터 2013년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을 지낸 인불이다.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 산업부장관을 지냈지만, 2010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MB정부와도 가까운 관계였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 전 회장을 영입해 로비창구로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실제 STX조선해양은 금융위기가 심화됐던 지난 2012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얻어내 특혜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주 한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이 전 회장을 다시 한 번 불러 로비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덕수 전STX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조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