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현대차가 오는 5월30일 열리는 부산모터쇼에서 신차 'AG'(프로젝트명)를 공개한다. 대형차종에서의 라인업 확충은 지난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출시 이후 처음이다.
AG는 3.0, 3.3리터급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그랜저의 상위 모델, 제네시스의 하위 모델과 배기량이 겹치도록 포지셔닝된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양산하고 있는 3.0리터급 이상 대형 세단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에쿠스에 기아차의 K7, K9 등 5종에 이른다. 여기에 신차 AG가 추가되면 보유하게 되는 대형세단은 총 6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른바 제살 깎아먹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미 그랜저와 K7이 3.0리터, 3.3리터급 세단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그러나 최근 몇년 사이 쏘나타를 밀어내고 '반 국민차'가 돼버렸다는 말이 나올정도인 그랜저의 애매한 포지션 때문에라도 새로운 대형세단 라인업의 확충은 필요하다는 평가다.
◇2014 그랜저 하이브리드. 2.4리터 엔진을 탑재했다.(사진=현대차 홈페이지)
현대·기아차는 2013년형까지 그랜저와 K7 라인업에서 3.0리터와 3.3리터급 차종을 함께 출시했다. 그러나 2014년형 그랜저와 K7의 새 모델을 하이브리드로 내놓으면서 2.4리터급 차종만 출시했다. 준대형급 이상 세단에서 2.4리터급 엔진을 장착한 차종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 역시 이 같은 판매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와 K7의 향후 라인업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대형차의 대명사였던 이 차종들에 3리터 이상 엔진 장착을 과감히 빼버린 것이 AG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예상도 가능하다. 뒤집어서 기아차의 3.0리터 이상 대형 세단의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저조자하 신차 AG로 부진을 상쇄해 보려는게 아니냐는 예상도 해 볼 수 있다.
그랜저를 2.4리터급 고급 국민차 이미지로 부각시켜 수입차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간극을 메워줄 새로운 차종으로 AG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는 3000만원대 수입차의 수요를 다시 되찾아 오기 위해서라도 현대차로서는 AG 출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결론이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K7과 K9의 실적 부진도 AG 출시에 기름을 부었다. K7은 올해 3월까지 6002대가 판매돼 그랜저 판매량(2만3633대)의 25% 수준에 불과했다. K9의 실적은 더욱 처량하다. 2014년형이 출시된 뒤 판매량이 늘었다지만 올 3월까지 1496대가 판매돼 에쿠스(2697대)보다 낮았다. 제네시스(1만1079)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기아차 대형 세단의 판매가 그랜저급만 됐어도 AG의 출시가 본격화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또 하나의 AG 출시 이유 중 해외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현대차의 방향성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제네시스 정도만이 전세계 대형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타 대형세단들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AG 출시 후 내수시장에서의 반응을 살핀뒤 북미 등 세계 시장으로 판매망을 늘려갈 가능성이 크다.
◇북미 등 세계시장에서 현대차 대형세단 중 거의 유일하게 순항을 이어나가고 있는 제네시스.(사진=현대차 홈페이지)
현대차 관계자는 AG 출시를 두고 "성공 가능성이 없으면 개발을 시작했겠느냐"며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있는 잠재 수요를 선점하고 수입차들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부산모터쇼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뒤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만 확정된 것은 아니고 시장 상황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