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2' 포스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고담시티를 지켜야하는 운명의 베트맨, 갑작스러운 사고로 신체를 잃은 로보캅, 동생과 아스가르드 왕국의 권력 싸움을 해야하는 토르 등 히어로들은 하나 같이 고뇌한다. 그리고 옳은 삶을 위해 고민해왔다.
주인공들의 고뇌는 다소 가벼울 수 있는 만화 원작의 히어로물임에도,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가 풍성함에도 히어로물을 가볍게만 볼 수 없게 만든다. 진화한 히어로물이라고 해야할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비슷한 맥락에 있지만, 그래도 만화가 갖고 있는 유쾌함을 가져간다. 피터 파커(앤드류 가필드 분)는 유머러스하다. 어린 아이들과 쉽게 친근해질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며, 실제 생활에서도 늘 농담을 던진다. 가볍다 못해 지질하다는 평가도 받는 그다.
또 왕족 혹은 부유한 삶을 유지하는 기존 히어로들과 달리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는 그리 유복하지 못하다. 그에게 초능력을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사용한다. 돈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돈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특별히 권력을 원하지도 않는다. 도시의 평화만 바랄 뿐이다. 고뇌의 깊이가 얕은 편이다.
◇엠마 스톤-앤드류 가필드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그럼에도 스파이더맨의 고민은 가볍다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평생을 몸바친 오스코프사를 돈 때문에 배신했다는 부모님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진실, 연인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하는 속내에서 벌어지는 충돌, 그웬의 아버지 캡틴 스테이시에 대한 죄책감 등이 그를 혼돈스럽게 하는 키워드다.
영화는 피터 파커의 유머러스함과 20대 대학생의 성장통을 적절하게 버무렸다. 또 그웬과의 러브스토리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피터 파커를 이루는 이야기는 높은 개연성을 통해 퍼즐을 짜맞춰 흥미를 돋운다.
◇앤드류 가필드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히어로물답게 액션도 화려하다. 전기 인간이 되버린 빌런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와 오스코프사의 후계자이자 그린 고블린이 되는 절친 해리 오스본 (데인 드한 분), 코뿔소 유전자를 이식한 악당 라이노(폴 지아마티 분) 등 악당 3인과의 대결은 히어로 무비 특유의 재미에 방점을 찍는다.
빌딩과 빌딩 사이를 화려하게 휘젓고 다니는 스파이더맨은 '어메이징'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다. 거미줄을 이용해 시민들을 구해내고 악당을 처치하는 스파이더맨은 3D와 겹쳐지면서 눈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특히 화려한 뉴욕 타임스퀘어 일대를 정전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 일렉트로의 비주얼과 능력은 CG를 통해 히어로 무비 이상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연상시키는 꽃미남 데인 드한의 오스본은 악의 근원에 근접해 등장한다. 변화한 그의 인상은 낙차가 커 색다른 신선함을 안긴다.
◇제이미 폭스-데인 드한-폴 지아마티(맨 위부터)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빌런 일렉트로와 해리 오스본이 악인이 되는 과정의 개연성이다. 빌런 일렉트로는 일전에 자신을 필요로 한다던 스파이더맨이 이후에 만났을 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자 광분하고 정적이 된다. 해리 오스본은 뱀파이어가 돼가고 있는 자신에게 피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절친과 선을 긋고 그웬을 인질로 잡는다.
다른 히어로물의 악당들이 뚜렷한 물질 또는 권력 욕심이나, 철학에 대한 이견으로 악당이 됐다면, 일렉트로와 해리 오스본은 다소 유치하다. 이유가 좀 더 명확하고 깊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장점이 더 많은 영화다. 특히 영화 초반 수백미터 상공에서 떨어지게 하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나 탱탱볼 처럼 뉴욕 전체를 튕겨다니는 모습은 마치 직접체험을 하는 기분을 준다. '진화한 스파이더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다소 길게 느껴지는 142분의 러닝타임이지만, 영화 중반 스토리 설명을 하는 부분을 제외하면 스파이더맨의 활공쇼는 비교불가한 재미를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