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1분기 국내 철강제품 수출을 주도한 품목은 ‘강관’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인한 유정관과 송유관 수요 증가에 따른 것으로, 이같은 수출 증가세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분기 국내 강관 수출량은 85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정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1%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철강제품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으며, 봉형강류가 11.8%, 열연과 냉연이 각각 6.7%, 2.7% 늘었다. 중후판은 1.7% 감소했다.
1분기에는 수출 증가폭보다 수입 증가폭이 더 커 전체 철강제품 순수출은 14.4% 감소했다. 주요 철강재 가운데 강관만이 유일하게 순수출이 34.4% 증가하며 나홀로 선전했다.
강관을 제외한 다른 강종의 경우 늘어난 수입량이 내수시장 수급 개선의 걸림돌로 작용한 반면, 강관은 수출 확대를 통해 내수시장 부진을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 생산된 강관은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된다. 지난 2월 기준 미국의 유정용 강관 수입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가 42.3%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9.9%로 캐나다, 3위는 7.4%를 기록한 멕시코가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산 강관의 미국 수출량은 총 184만톤으로 이중 유정용 강관이 48%, 송유관이 37%를 차지했다. 유정관(OCTG강관)의 대미 수출 물량은 88만여톤으로, 유정관 전체 수출량의 99.3%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한 전체 유정관의 55.9%에 해당한다.
국내산 강관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월 기준 미국이 수입한 유정용 강관의 평균단가를 보면 톤당 908.74달러로, 수입비중 2위와 3위를 차지한 캐나다(1648.49달러)와 멕시코(1905.87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했다. 미국에 유정용 강관을 수출하는 23개 나라 중 한국산보다 저렴한 곳은 필리핀(771.7달러), 터키(881.5달러) 등 두 곳뿐이다.
2010년 이전까지는 중국산 강관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미국시장 점유율을 확대했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유정용 강관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 강관 업체들이 반대 급부로 수혜를 입게 됐다.
여기에 지난 2월 미국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강관 수출 국가에 평균 100%의 과세를 부과하는 예비 판정을 내리면서 국산 강관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미국의 유정관 반덤핑 예비심사 결과 인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태국, 터키,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 9개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만이 유일하게 예비관세율 0%를 판정 받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7월 본 판정에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셰일가스 붐으로 강관 수요 증가는 물론 기존 송유관에 대한 교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국내 강관업체들이 올해 미국 수출량을 전년 대비 20% 이상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다.
하지만 미국 내 강관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미국 강관업체들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고 있는 추세. 우리나라를 비롯해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 횟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자국 내 생산량 또한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추세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유정관 및 송유관 수요가 각각 14.6%,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정관 반덤핑 무혐의 결과가 7월에 예정된 최종판결까지 그대로 이어질 경우 국산 유정관의 미국향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