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달콤한 연인의 이미지가 강한 배우 조여정이 수다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한다.
기존 작품들에서 달콤하거나 청순한 역할로 상대 남자배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역할을 주로 맡아온 조여정은 개봉을 앞둔 영화 '인간중독'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진다.
극중 조여정이 맡은 인물은 월남전에서 명성을 떨치고 돌아온 김진평(송승헌 분) 대령의 아내 숙진이다.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온갖 내조에 힘을 쓰는 인물이다. 남편의 권력 덕에 군 관사 내 다른 부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나선다.
영화는 아내를 두고 있는 진평이 부하 경우진(온주완 분) 대위의 아내에 중독처럼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숙진은 이런 진평의 부인으로, 장군 아버지를 둬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늘 밝고 생기가 넘친다. 그런 성격으로 늘 남편 진평만을 바라보지만 좋은 아내는 아니다.
쉼 없이 쫑알대는 말투와 다소 속물적인 내용을 담은 숙진의 이야기들은 진중하고 조용한 진평과 어울리지 않는다. 극중 진평이 "숨을 쉴 수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는 숙진을 향해서도 부합한다. 진평과 다른 온도차를 보인다.
숙진은 천진난만한 느낌으로 남편의 사고와 반대되는 행동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잠자리를 하고 나서도 "여보 정말 좋았어"라며 등을 토닥이는 모습은 여자로서의 매력이 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달콤한 매력으로, '방자전'에서는 섹시하면서도 도발적인 느낌으로 늘 남심을 흔든 그의 모습은 '인간중독'에서 찾아볼 수 없다. 반대로 새로운 모습이 적지 않다.
캐릭터 성격이 갖고 있는 생기로 코믹 연기를 자처한다. 푼수끼 넘치는 행동은 영화의 숨통이 되고, 초반 진평과 벌이는 베드신은 오래도록 회자될 만한 웃음을 남긴다.
영화내에서 아줌마 군단으로 불리는 군 관사내 군인들의 아내와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코믹적인 면모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믹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본인의 약점을 걸고 말실수를 하는 남편 부하의 아내에게 "우리 집 와서 김치좀 해"라고 압력을 주는 장면은 조여정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자존심도 없이 늘 성격 좋은 아줌마 같은 숙진이 자신을 하대한 사람에게 날카롭게 변하는 모습은 가히 놀랍다.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은 "'방자전'에서도 조여정과 함께 작업을 했다. 조여정은 알고 보면 굉장히 유쾌하고 재치넘치는 매력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의 이런 면들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중독'에서 조여정이 맡은 숙진은 조여정의 커리어에 비하면 다소 작은 역할이다. 작은 역할임에도 불구 조여정은 개성넘치는 연기력으로 극중 뚜렷한 존재감을 남긴다. 잘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연기자로서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조여정의 행보는 다른 배우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