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소득과 청약 가점 등 입주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한 '누구나집'이 전량 미분양에 가까운 굴욕을 맛봤다. 모든 조건이 수요를 자극할 만한 상황이 아닌 탓에 애초부터 분양 목적이 아닌 준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염두한 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지구주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2일까지 진행된 인천 도화지구 '누구나집' 일반분양 청약 접수 결과, 520가구 모집 중 단 두 가구만이 신청했다.
인천 남구 도화동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인천도시공사와 서희건설 컨소시엄이 공급하는 '누구나집'은 만 19세 이상 인천 시민이라면 청약 가점이나 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난 2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하지만 대대적인 홍보와는 달리 분양주택의 경우 청약통장과 무주택 기간에 따라 1순위 청약 가점이 산정되는 일반 청약과 똑같이 이루어졌다. 입지에 비해 3.3㎡당 900만원에 가까운 분양가에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껴 흥행에 참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에 거주하는 K모씨는 "원주민으로 들어가려다 포기했다"며 "분양가도 너무 비싸고 상담하는 분도 월세를 권하더라"며 상황을 전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3.3㎡당 800만원대로 공급한 민간아파트도 미분양이 되는 상황에서 인천 내에서도 입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곳에 분양가까지 높다면 청약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분양 신청 후 잔여 물량에 대해서는 임대주택 입주자 모집이 진행되는데, 이 때 비로소 청약통장과 무주택 세대주 기간, 소득 제한에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진정한 '누구나집'은 이르면 이달 말 입주자를 모집하는 임대주택이 되는 셈이다.
임차인은 10년 동안 임대로 살다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시세를 반영한 가격으로 분양 전환이 가능하다.
◇ 준공공임대사업자 혜택받기 위한 의도된 미분양?
그러나 '누구나집' 사업은 분양이 아닌 정부가 지난해 12월 도입한 준공공임대주택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추진 된 것으로 보인다 .
지난달 22일 KB부동산신탁은 '인천도화 위탁관리리츠'를 설립해 영업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해당 리츠는 영업인가 후 사모를 통해 406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미분양으로 남은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리츠의 공동주택 매입자금의 9%를 출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공임대주택은 10년 임대 의무, 최초 임대료 시세 이하, 임대료 인상률 연 5%이하 등의 요건을 적용한 민간임대주택이다. 사업자가 전용면적 85㎡이하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로 놓을 경우 1가구 당 연 2.7%의 금리로 1억5000만원까지 매입자금이 지원된다.
또한 오는 6월에 과세되는 올해분 재산세부터 감면혜택이 부여되며, 현행 40㎡이하는 면제, 40~60㎡는 50%에서 75%로, 60~85㎡는 25%에서 50%로 감면폭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소득·법인세를 20%에서 30%로 감면을 확대하고, 향후 3년 내에 산 집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기간 중 발생한 양도세도 전액 면제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10년 동안 임대 후 분양 전환시 발생하는 차익에 대한 세금도 상당 부문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공사가 임대료 수준 등 사업성을 계산할 때 520가구 전량이 미분양 됐을 때를 기준으로 산정하면서 애꿎은 분양 청약자들만 들러리를 서게 돼 버렸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전에 없던 상품을 내놓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리츠가 일반분양 하기 전 우선공급분을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260가구를 매입하고 일반분양 시장에 나온 나머지 260가구 중에서 나온 미분양 물량을 리츠가 사는 방식과 520가구 전체를 일반분양 한 뒤 미분양되는 가구를 리츠가 매입하는 두 가지 방법을 검토했다"며 "최대한 많은 가구가 혜택을 받으려면 후자의 방법이 적합하다 판단했고, 이에 520가구 전량이 미분양으로 남았을 때를 감안해 임대료 수준이나 사업성을 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 준공공임대주택, 그게 최선입니까?
아직 걸음마 단계인 준공공임대사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하다. 임대사업자가 정부로부터 각종 세제혜택과 저금리 융자를 받을 수 있다해도 수익률이 신통치 않으면 사업을 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준공공임대를 신청한 가구가 전국에서 26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도화 위탁관리리츠 관계자는 "목표 자금인 406억원 중 차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자본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라며 "어느 정도 계획은 잡혀 있지만 영업 인가가 나고 증자가 돼야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가가 난 뒤에도 자금이 모이지 않으면 매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즉, 입주자가 안정적으로 임대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수익이 잘 나와야 하고, 이는 곧 임대료가 시세보다 많이 저렴할 순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직 '누구나집'의 보증금과 임대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용면적 59㎡기준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 임대료 40만원대로 책정될 공산이 크다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또한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 부담을 낮출 때 적용되는 전환이율이 공공임대주택보다 낮게 책정될 계획이어서 전세금 전환시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기존 공공임대에 비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임대료는 시세보다 5%정도 저렴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환이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2%대를 적용하는 민간임대 아파트와 7%를 적용하는 공공임대 아파트 사이인 4%대로 책정될 듯 하다"고 말했다.
◇ 인천 도화지구 '누구나집' 현장 (사진=방서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