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 돌리는 포스코..현대제철이 등 떠밀어

입력 : 2014-05-21 오후 3:49:4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최고의 기술력과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조강생산 능력을 앞세워 내수시장의 확실한 맏형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전방산업 부진에 따른 수요감소와 경쟁과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해외에서 답을 찾겠다는 각오다. 
 
특히 지난해 3고로 완성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 인수로 급격히 덩치를 키운 현대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2강 체제를 본격 구축하면서 포스코의 독주체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작업이 사실상 완성되면서 현대·기아차 공급 물량이 점차 현대제철로 이동하고 있는 데다, 조강생산 능력도 포스코의 절반 수준을 웃돌 정도로 높아지면서 내수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이미 국내 자동차강판 분야에서는 현대제철(004020)포스코(005490)를 앞질렀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공급처를 확실한 우군으로 둔 덕이다.  
 
올 1분기 포스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 중 현대·기아차 향은 2.1%로 지난해 3%에서 0.9%포인트 감소했다. 1분기 기준 현대·기아차의 매출 비중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속 3%를 유지했다.
 
한국GM 매출 비중도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 1분기 1.7%로 1.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기아차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강판의 약 60%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이르면 연내에 현대·기아차에 대한 공급 물량을 전체 비중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와 동국제강(001230)이 양분하고 있던 후판시장에서도 현대제철의 가세로 변화가 생겼다.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중공업(009540)을 비롯해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010620) 등 범현대가에 안정적인 후판 수요처가 버티고 있기에 가능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후판 1공장에 50만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증설해 총 연간 후판 생산능력이 300만톤 규모로 늘었다.
 
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2011년 635만톤, 2012년 610만톤, 지난해에는 570만톤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고, 동국제강도 국내 후판 시장 점유율이 2011년 34%, 2012년 28%, 지난해 25%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스코는 악화된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해외 현지 생산으로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철강 수급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앞으로 철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미리 생산 체제를 구축해 해당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석도 짙게 깔려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12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일관제철소다.
 
이와 관련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9일 기업설명회에서 "인도네시아 1인당 철강 소비량은 55㎏로 한국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며 "향후 인프라가 확충되면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이달 9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에 이어 태국, 미얀마 등 해외 생산 현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취임 이후 해외 현장에서 고생하는 임직원을 격려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포스코가 사업 개편안을 발표하기 직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 현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해외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미리 타진해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권 회장은 앞선 기업설명회에서 철강 본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2016년 전 해외법인의 영업이익 흑자 실현'을 내세웠다. 포스코그룹 전사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해외 신규 법인의 조기 정상화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를 방문한 권오준 회장이 현지직원으로부터 조업현황을 브리핑 받고 있다.(사진=포스코)
 
이와 함께 내수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도 병행한다.
 
권 회장은 지난달 국내 최대 후판 수요처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빅3를 잇달아 방문했다.
 
권 회장은 조선소 등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각 기업 대표들과 만나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위기극복을 위해 더욱 공고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자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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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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