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김영택·이충희기자]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치열한 투쟁을 예고했다.
황기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은 지난 28일 울산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올해 임금협상은 통상임금 문제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눈이 올 때까지 싸워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임금·단체협상이 늦어도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합의에 도달했지만 올해의 경우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사안의 중요성이 커 노사간 합의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사실상 장기전에 대한 각오다.
황 실장은 또 노조 역사상 대표적인 실리적 노선으로 꼽히는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또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을 경우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지난 2월 이경훈 지부장이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노조의 기본적인 입장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황 실장은 강경 일변도의 발언을 의식한 듯 "회사가 성장해야 우리(노동자)도 함께 잘 살수 있다"고 전제한 뒤 "양측이 원만히 협의안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제5대 집행부 출범과 함께 지부장에 오른 이경훈 현 지부장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2년 동안 제3대 지부장을 역임하면서 노조를 무파업으로 이끌었다.
노사 모두 중도적 인물로 평가한다. 그는 5대 지부장 취임식에서 "근거없는 주장과 요구를 하지 않고 개인과 집행부의 욕심으로 채우지 않겠다"고 언급했을 만큼 대내외적으로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한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최근 시민사회는 물론 학계에서조차 현대차의 상여금에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해석하면서, 이경훈 지부장과 5대 집행부로서는 이번 임금협상을 최대 난관으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속노조 내부에서는 합리적인 기조를 유지해 온 이 지부장과 5대 집행부의 협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주요 협상 안건이 될 통상임금 이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모든 지부들이 향후 전개해 나갈 통상임금 협상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지부가 금속노조 내 가장 큰 조직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가장 강경한 투쟁의 역사를 이끌어온 지부이기 때문에 노동계에서 그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현대차 노사 양측은 다음달 3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2014년 임금협상에 본격 돌입한다. 10~12차 협상이 끝나는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가 이번 협상의 최고점이 될 전망이다. 이 기간 합의점에 이르지 못할 경우 진통은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
◇지난 28일 울산 현대차 공장 정문 앞 광장에서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플래카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