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수 싸이. (사진=CJ E&M)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국제 가수’ 싸이가 돌아온다. 싸이는 미국 동부시각 기준으로 오는 8일 오후 7시(한국시각 기준 9일 오전 8시) 미국 ABC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게임 나이트'에 세계적인 힙합 뮤지션 '스눕독'과 함께 출연해 선공개곡인 '행오버'(Hangover)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 이어 미국 동부시각 기준으로 9일 자정(한국시각 기준 9일 오후 1시) 전세계 아이튠스를 통해 음원을 발매한다.
관심은 이처럼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새 앨범 프로모션을 시작하는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 수 있느냐에 쏠린다. 지난 2012년 발표됐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빌보드 HOT 1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4월 발표된 ‘젠틀맨’은 5위를 기록했다.
싸이는 오랜만에 새 앨범을 내놓으면서 빌보드 1위 자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싸이를 둘러싼 상황이 만만치만은 않다. 싸이가 뛰어넘어야 할 현실적인 장벽들에 대해 짚어봤다.
◇싸이가 발표를 앞둔 새 앨범을 통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어떤 성과를 올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싸이는 반미 가수?”..부정적 해외 여론 뛰어넘을까
지난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한창 전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했던 때였다. 하지만 싸이는 예상치 못했던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싸이가 이라크인을 고문하고 죽이는 미군을 죽이자는 랩을 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싸이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됐던 곡은 지난 2004년 밴드 넥스트의 신해철이 발표했던 '디어 아메리카'였다. 선교사였던 故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괴한에 피랍돼 살해당한 뒤 발표된 이 노래는 전쟁과 관련된 미국의 잘못을 규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에서 싸이는 비속어를 섞어 미국을 강렬한 어조로 비판했다.
싸이는 '디어 아메리카'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인 뒤 "전세계 사람들이 그 당시 공감하고 있었던 반전 시위의 일부로 이라크 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희생당했던 무고한 시민들 및 장갑차 사건으로 숨진 2명의 한국 여학생에 대한 깊은 애도 표출의 일부"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약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해외의 부정적 여론이 완전히 가라앉진 않은 모양새다.
지난 1일 미국 연예 매체인 TMZ는 싸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싸이의 신곡과 관련된 내용을보도했다. 이후 해당 사이트와 SNS 등을 통해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양키’를 죽이자고 했던 그 가수 아닌가”, “양키를 죽이자고 해놓고 양키들의 돈을 벌어가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글들이 아직도 눈에 띈다.
물론 이와 같이 극단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일부 네티즌들 외에 싸이의 신곡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는 해외팬들도 적지 않지만, 싸이로선 신곡 발표 전부터 부정적 여론을 잠재워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원 히트 원더’ 이미지 벗어나야
‘강남스타일’의 히트는 그야말로 생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지난달 31일 유튜브 사상 최초로 조회수 20억뷰를 돌파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싸이가 ‘원 히트 원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원 히트 원더’는 한 곡의 히트곡 이후 추가로 히트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가수를 일컫는 말.
싸이는 국내에선 10년 넘게 꾸준히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이미 자신의 자리를 완전히 굳힌 정상급 뮤지션이다. 또 '강남스타일' 한 곡의 성공만으로도 한국 음악사에서 충분히 높게 평가 받을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과 같은 히트곡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롱런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국내 가요계와 음악팬들의 바람이다.
일부 해외 음악팬들은 “싸이는 미국에서 이미 잊혀졌다”, “우연히 잠깐 동안 인기를 얻었을 뿐”이라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싸이는 원 히트 원더"라고 주장하고 있다. 싸이로선 새로 발표될 앨범을 통해 이런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강남스타일'이 워낙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탓에 '강남스타일'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강남스타일'의 후속곡인 '젠틀맨'은 만만치 않은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스타일'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일부 팬들로부터 평가절하당하기도 했다.
싸이는 지난해 12월 국내 공연 당시 “‘젠틀맨’은 나답지 않은 노래였다”며 “앞으로 만드는 신곡은 나답게 ‘양끼’(양아치끼)를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싸이는 발표를 앞둔 신곡을 통해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곡 '행오버'는 힙합 장르의 노래.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싸이 스타일의 힙합이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곡을 통해 세계적인 아티스트 스눕독(오른쪽)과 호흡을 맞추게 된 싸이. (사진출처=싸이 트위터)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에 나선 싸이..득과 실은?
싸이는 새 앨범을 통해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끈다. ‘행오버’를 함께 부른 스눕독 뿐만 아니라 밴드 에어로스미스의 보컬 스티븐 타일러도 앨범 수록곡 중 한 곡을 통해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스눕독은 미국의 힙합계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랩퍼이며, 에어로스미스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락 그룹 상을 받고, 록큰롤 명예의 전당의 오르는 등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유명 밴드다.
이와 같은 해외 톱스타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싸이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싸이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것과 비교하면 해외팬들의 주목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싸이가 이번 앨범의 첫 공식적인 활동을 스눕독과 함께 출연하는 해외 토크쇼로 정한 것 역시 이러한 홍보 효과를 염두에 둔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해외 음악팬들은 싸이의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공동 작업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들은 스눕독의 이름(Snoop Dogg)에 빗대 "한국은 개고기를 먹는 나라가 아니냐"며 싸이에게 인신 공격성 글을 남기는가하면 "싸이가 스눕독과 함께 노래를 하더라도 싸이가 스눕독이 될 순 없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공동 작업을 비꼬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모두가 싸이를 근거 없이 깎아내리는 악의적인 비난이지만, 이 또한 세계 무대를 겨냥하고 있는 싸이가 넘어서야 할 현실적인 장벽이다.
싸이는 선공개곡인 '행오버'와 별도로 다음달께 새 앨범과 타이틀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싸이의 컴백 소식이 알려진 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싸이의 부친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아이의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등 국내팬들은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