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기자] 국내 보안기업들이 타 업체 제품 판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매출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몇몇 기업들에서는 타 업체 제품 판매 매출의 비중이 자사 제품의 매출 비중보다 높은 현상도 발견된다.
보안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보안기업들의 타 업체 제품 판매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확대되고 있다.
타 업체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다. 다른 업체와 총판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와 고객의 요청에 의해 타 업체 솔루션을 자사의 솔루션과 함께 판매하는 경우다.
국내 보안기업들의 외부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최근 외산업체들이 국내 시장으로 대거 몰려오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외산업체들 입장에서는 국내 보안기업들의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이 한국 시장에 안착하는데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도 매출 확대 등의 이유로 외산업체들과의 총판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 블루코트, 시만텍, 파이어아이 등 글로벌 보안기업들 대부분은 현재 총판으로 여러 국내 보안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 더욱 많은 총판 영입을 통해 국내 유통망을 확대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업계전문가들은 이러한 외산업체와 국내업체들 간의 협력이 단순 매출 증대나 유통망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보안기업
SGA(049470)의 경우 올해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임베디드OS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이 약 23억원으로 자사 솔루션 판매 금액 15억원을 넘어섰다. 비중으로 보면 자사제품 판매 매출은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했지만 윈도 임베디드OS 판매 매출 비중은 39%에 달했다. 현재 SGA는 MS 윈도 임베디드OS 총판을 맡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윈도 임베디드OS 판매 매출 금액 자체는 다소 줄었지만 자사 제품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SGA는 향후 MS 윈도 임베디드OS 유통 사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삼성 에스원의 자회사인 시큐아이의 올 1분기 외부 상품 판매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32%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24.6%에서 약 7% 확대됐다. 금액도 지난 동기 대비 20% 늘어난 약 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시큐아이는 글로벌 보안기업 블루코트와 총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 보안기업 관계자는 “사실 타 업체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은 재무제표에서 수치상으로 매출을 상승시켜주는 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다른 업체의 제품을 사서 거의 산 가격 그대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회사 내부적으로 타 업체의 상품 판매를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성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10위 안에 드는 보안업체들은 서로 갖고 있는 기술들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국내 보안 기업들도 총판 계약 이상으로 더욱 발전해 기술 협력 혹은 기술 공유까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