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기자] 오는 7월
대한전선(001440)의 매각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을 통째로 파는 일괄매각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시장에서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현재 채권은행 자율협의회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전선 출자전환 주식의 연내 매각을 위한 재무 및 법률 실사를 진행 중이다. 하나대투증권과 JP모간 컨소시엄이 매각을 주관하며, 실사가 끝나는 대로 7월께 매각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 대상은 하나은행을 비롯한 외환·우리·NH농협·국민은행 등 5개 채권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이다.
채권단은 지난해 말 대한전선의 완전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7000억원(보통주 146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단행했다. 3월말 기준으로 채권금융기관의 지분율은 35.71%이며, 우선주 전환시 지분율은 72.70%이다. 매각 가격은 경영권을 포함해 7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자본잠식 위기에 직면했던 대한전선은 올 들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대한전선은 지난 1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액 3888억8500만원, 영업이익 110억3천4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매출액은 21.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551.43% 큰 폭으로 늘어났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초 사우디, 싱가포르 등에서 1억달러 규모의 초고압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인도, 쿠웨이트, 두바이, 카자흐스탄 등 중동 국가로부터 초고압케이블 공급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부활의 날개짓을 펼쳤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기존에는 소재산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으나 최근 초고압케이블 등 고수익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등 사회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라, 초고압케이블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대한전선의 매각 전망은 불투명하다. 채권단이 회사를 쪼개지 않고 통째로 파는 일괄매각을 기본방침으로 내세웠기 때문. 업계는 전선업계 1위 LS전선이 대한전선 인수에 관심없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통째로 인수할 여력이 있는 후보군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대한전선의 유력 인수 후보로 LS전선을 꼽았지만 LS 측은 인수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지난 3월 "올해는 국내기업 인수보다 초고압케이블과 해저케이블 등 신성장 제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힘쓸 것"이라며 "대한전선을 인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일괄매각을 고수할 경우 빠른 시일내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며 "통째로 인수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없으면 결국 분리 매각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핵심 사업군인 전선사업부와 기타사업부로 분리해 매각할 경우 몇몇 국내외 기업과 사모펀드가 인수를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