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갤럭시S5가 출시된 지 겨우 두 달. 애초 장담과 달리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자 소비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갤럭시S5에 '광대역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네트워크 방식만 바뀐 게 아니다. 화질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달라졌다. 사실상 프리미엄 버전이다.
특히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사장이 갤럭시S5의 프리미엄 제품 출시는 없을 것이라며 공식 부인했던 만큼 시장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 크다. 결국 신뢰의 문제로 비화됐다. 더 나은 제품을 내고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갤럭시S5 프라임' 또는 '갤럭시F'로 알려졌던 이 제품의 공식 명칭은 '갤럭시S5 광대역 LTE-A'다. 19일
SK텔레콤(017670)을 통해 시장에 공식 출시됐다. 갤럭시S5 광대역 LTE-A는 지난 3월 국내에 출시된 갤럭시S5를 기반으로 했다. 기존 제품과의 가장 큰 차이는 디스플레이와 AP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으로는 세계 최초로'광대역 LTE-A 기술을 구현하는 '갤럭시 S5 광대역 LTE-A'를 지난 19일 출시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는 LG전자의 'G3'를 의식한 듯 초고화질 화면을 채택했다. 풀HD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5와 달리 광대역 LTE-A 모델은 WQHD 디스플레이를 끌어다 썼다. HD 해상도보다 4배 더 선명하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기존 퀄컴의 스냅드래곤 801에서 최신 버전인 스냅드래곤 805로 바뀌었다. 스냅드래곤 805의 클럭(프로세서 동작속도)은 2.7GHz다. 하지만 갤럭시S5 광대역 LTE-A 모델에는 2.5GHz가 적용됐다. 앞서 출시된 갤럭시S5에 들어간 스냅드래곤 801과 유사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대 클럭이 2.7GHz이긴 하지만 2.5GHz가 최대한 안정적이라는 판단 하에 2.5GHz를 적용했다"며 "그래픽을 좋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마트폰 구동 속도를 높이고 WQHD 디스플레이의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메모리를 3기가바이트(GB) 램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갤럭시S5의 램은 2GB다.
사양이 상향되면서 출고가도 90만원대로 높아졌다. 기존 갤럭시S5의 출고가는 86만6800원이었지만, 광대역 LTE-A 모델은 94만500원으로 7만3400원이 더 뛰었다.
LTE보다 3배 더 빠른 LTE-A는 국내에만 상용화된 상황. 해외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이 구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만 출시된다.
LG전자(066570) 역시 지난달 28일 출시한 G3를 기반으로 한 광대역 LTE-A 모델을 다음달 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G3가 고사양이기 때문에 사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통신모뎀만 바꿀 확률이 높다. G3는 5.5인치 쿼드HD(QHD) IPS 디스플레이와 2.5GHz 퀄컴 스냅드래곤 805 쿼드코어 프로세서,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3GB 램, 3000mAh 배터리 등을 갖췄다.
◇지난달 런던 배터시 에볼루션에서 열린 LG G3 공개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LG G3'를 체험하고 있다.(사진=LG전자)
소비자들은 갤럭시S5가 출시된 지 얼마되지 않아 같은 모델의 고사양 제품이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갤럭시S5를 구매한 김용국(30·남) 씨는 "최신 폰이 두 달 만에 헌 폰이 됐다"면서 "갤럭시S 시리즈가 프리미엄 라인인 만큼 출시일이 늦어지더라도 한 번에 고사양 제품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갤럭시S5 프리미엄 버전 출시에 대한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퍼졌다. 특히 LG전자가 쿼드HD의 G3를 내놓으면서 갤럭시 아성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자 다급해진 삼성전자가 비공개리에 다음 버전을 준비 중이란 설이 오갔다.
그러자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S5 프리미엄 모델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신 사장은 "오는 5월에 갤럭시S보다 뛰어난 사양의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올해 가을까지 또 다른 프리미엄 모델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따로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믿고 고민 없이 갤럭시S5를 샀다"며 "우롱당한 기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조업계 관계자도 "화질을 높이고 AP를 업그레이드 한 후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며 "프리미엄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사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네트워크 방식만 달리한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핑계로 제품 물갈이를 한 셈"이라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