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국의 CDMA 제조기술업체인 퀄컴이 와이파이(WiFi)보다 10배 빠른 와이기그(Wi-Gig) 통신 환경 구축에 나선다. 특히 최근 와이기그 칩셋 제조사인 윌로시티(Wilocity) 인수를 발표하면서 기존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지위뿐 아니라 웨어러블, 스마트홈 등 차세대 IT 먹거리 부문에서도 '퀄컴 천하'를 예고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퀄컴이 윌로시티(Wilocity)를 인수하고 조만간 와이기그 기술이 탑재된 새로운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와이기그는 60GHz 고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멀티 기가비트 속도를 지원한다. 기존 5GHz나 2.4G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던 와이파이 보다 최대 10배 빠른 7Gbps 수준의 속도를 제공하는 한편 보안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와이기그 기술이 확산되면 향후 기존 PC에서도 유선 인터넷 등 케이블이 필요 없는 환경 구현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로밍 서비스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오는 2016년에는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무선 통신을 와이기그로 통합 관리해 모든 물리적인 선을 없애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진보하면서 IT 업계 난제였던 고용량 콘텐츠의 전송 속도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멀티 기가비트급 전송이 가능한 와이기그는 용량이 큰 4K 해상도 UHD 동영상도 무선으로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으며 동시에 기존 와이파이 대비 개선된 안정성을 나타낸다.
퀄컴이 인수하게 되는 윌로시티는 지난 2008년부터 퀄컴이 투자자로 나서 지원해온 기술 업체다. 두 회사는 지난 6년간 긴밀합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공동개발 체제를 취해왔고 지난해 CES에서는 트라이밴드(Triband) 래퍼런스 디자인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퀄컴과 윌리시티는 이 시기에 새로운 통신 표준 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은 트라이밴드 플랫폼을 통해 와이기그와 와이파이 모두 가능한 통신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우선 스마트홈 시장 점령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차기 칩셋 모델인 '스냅드래곤 810'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스마트홈 플랫폼을 제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냅드래곤 810은 태블릿PC에 우선적으로 탑재된다.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퀄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웨어러블에 최적화시켜 내놓은 칩셋 '스냅드래곤 400'이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잇달아 출시한 스마트워치, 밴드 등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의 AP와 모뎀 통합칩이 웨어러블에서도 강세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지난해 퀄컴이 보유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칩 특허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전자, 인텔의 고전은 차세대 통신칩 시장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통신 기능과 관련된 베이스밴드 기능이 트라이밴드로 확장되면서 해당 특허를 보유한 퀄컴의 독점체제가 길면 2년간 유지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스밴드 특허는 일반적으로 표준특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업체에게 공개될 수 있지만 퀄컴이 트라이밴드 칩을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묶어 독점 판매하게 되면 다른 칩 제조사들은 사실상 와이기그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사진=퀄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