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브라질월드컵 결승전에서 마리오 괴체(바이에른뮌헨)의 골이 터지자 독일 팬들은 환호했다.
연장 후반 8분에 나온 이 결승골은 독일에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통산 4번째 우승컵을 안겼다. 3500만달러(약 356억원) 우승 상금과 함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이끈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치는 축포였다.
특히 이 골은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처음으로 교체 선수가 넣은 골이었다.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후반 43분 미로슬라프 클로제(라치오) 대신 괴체를 넣어 이 같은 결실을 봤다.
괴체에게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린 안드레 쉬를레(첼시)도 전반 32분 크리스토프 크라머(묀헨글라트바흐) 대신 교체 투입된 선수였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결승전까지 총 32골이 교체 선수의 발끝에서 나왔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이 교체 선수로부터 터졌다.
총 171골(64경기)이 터졌으니 약 18.7%가 감독들의 '용병술'에서 나온 셈이다. 이에 앞서 교체 선수가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대회는 2006 독일월드컵(23골)이다.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부터 이 같은 현상이 주목받았다. 조별리그에서만 29골이 교체 선수에게서 기록됐다.
가장 큰 눈길을 끈 팀은 벨기에였다.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이 교체 투입한 선수마다 골이나 도움을 기록해 보는 이들의 재미를 더했다.
알제리와 첫 경기에서 벨기에는 교체 투입된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동점 골을 넣었다.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는 역전 골을 터뜨려 2-1의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러시아와 2차전에서도 벨기에는 디보크 오리지(릴)가 뒤늦게 투입돼 1-0 승리를 이끌었다. 미국과의 16강전에서도 연장전에 투입된 로멜로 루카쿠(에버튼)이 도움과 쐐기골을 더해 2-1 승리를 견인했다.
대한민국의 브라질월드컵 첫 골도 러시아전에서 교체 투입된 이근호(상주상무)의 발끝에서 터졌다. 후반 11분 박주영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교체 투입 12분 만인 후반 22분 벼락같은 중거리 슛으로 선제 득점을 기록했다.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 (사진=로이터통신)
교체 투입으로 가장 많은 재미를 본 팀은 네덜란드다.
루이스 판 할 네덜란드 감독은 교체 투입한 선수로 가장 많은 결승골을 만들어 내며 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그를 차기 감독으로 선임했는지 증명했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5승 중 3승을 교체 선수의 결승골로 만들었다.
판 할 감독의 지도로 네덜란드의 멤피스 데파이(PSV에인트호번)는 교체 투입된 3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이번 대회 떠오른 신예 스타로 발돋움했다.
특히 판 할 감독은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에서 연장 막판 골키퍼를 교체하는 강수를 둬 승부차기를 승리로 가져갔다.
그는 주전 골키퍼 야스퍼 실레센(아약스)을 빼고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팀 크롤(뉴캐슬유나이티드)을 넣었다.
'깜짝 카드'로 투입된 크롤은 상대 슈팅 2개를 막아내며 순식간에 승부차기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사진=로이터통신)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은 교체 카드를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지난 3일 'FIFA가 연장전에 한해 교체 카드를 한 장 더 사용하는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라르 울리에 FIFA 기술위원은 "경기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연장전에서 4번째 교체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며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추가 교체 카드를 도입하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월드컵 본선에서는 전체 선수 23명 가운데 11명이 선발로 나서고 나머지 선수들 가운데 3명이 교체로 투입될 수 있다.
FIFA는 이 같은 방안을 내년 5월30일 FIFA 총회에서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