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와 반올림이 3차 교섭에 돌입했다. 하지만 양측이 내세우는 최우선 해결과제를 놓고 입장차이가 여전해 원만한 해결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측에 소속된 피해자 8명에 대한 우선적 보상을 원하고 있지만 반올림(반도체 노동자를 위한 인권지킴이)측은 보상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3차 교섭에 앞서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는 "지난번엔 삼성전자 측에서 성실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가져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두루뭉술했다"며 "오늘은 삼성전자가 구체적이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해서 재발방지 대책과 보상책을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입장한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신속한 보상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원만히 해결된다. 하나씩 (문제를) 풀고 합의에 이르다보면 큰 문제를 풀어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지난번에 제안한 보상위원회에 대해 (반올림이) 어떤 답을 가져왔는지 들어보고 또 필요하면 다른 이야기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양측은 이날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백혈병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미 두 차례 공식 대화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협상의 기본 원칙과 의제에 대해서만 뜻을 모은 상태로 구체적인 보상안 등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
지난번 교섭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삼성전자 측은 본격적인 피해자 보상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빨리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 '보상위원회'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이 문제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반올림이 당초 산업재해 문제에 대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킬만한 수준의 협의가 진전되기 전까지는 '해결 무드'가 형성되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협상에 참여 중인 8명에 대한 보상이 먼저 이뤄질 경우 대외적으로 반도체 백혈병 이슈의 중요성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는 셈이다.
이날 3차 협상은 오후 2시쯤부터 4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차 협상에서 삼성전자 측에서 제시한 보상위원회에 대해 반올림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협상 의제가 구체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의 3차 협상을 위해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을 찾은 반올림 협상단.(사진=뉴스토마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