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여행을 다녀야 하는 이유로 자주 언급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다. 여행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스탬프 투어’ 여행을 떠났다면 책에서 궁핍한 내용 부분을 펼친 셈이다.
◇ 매력 없는 스탬프 투어 테마 여행지
‘스탬프 투어’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하철을 타고 갈 수 있는 서울시내 명소와 문화재를 알리고 지하철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서울, 그 중심에 서다’, ‘젊음의 공간속으로 들어가다’ 등 8개 테마의 여행 코스를 선보였다.
그런데 추천한 세부 여행 코스와 테마의 연관성이 약하거나 뒤죽박죽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힐링하고 싶다면 가까운 공원으로’라는 테마의 코스는 새절역, 월드컵경지장역 주변의 공원들이다.
공원에서 힐링을 하는 목적 뿐이라면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은 새절역까지 올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다양한 이색체험을 즐기다’라는 테마의 코스는 이태원에서 느닷없이 신당역 곤충파충류 생태체험관으로 이동한다.
‘서울근교에서 옛 시장을 만나다’는 테마 코스에는 옛 시장과 상관없는 문정동 로데오거리, 가든파이브가 포함돼 있다.
마치 지하철역 주변의 장소를 정한 후 테마를 억지로 붙인 모양새다. 지하철을 타고 여행 코스를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자료=서울시)
◇ 서울시, 관광지 매력 발굴 노력 필요
미국 뉴욕시의 할렘은 과거 우범지역으로 유명했다. 가난했던 흑인들이 모여 살면서 독특한 흑인문화가 자리잡았다.
지금 할렘은 평범한 뉴욕 거리 중 하나가 됐지만 흑인 문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뉴욕은 이 같은 흑인 문화를 활용해 관광객들을 할렘으로 모으고 있다.
뉴욕의 공식 가이드 페이지(nycgo.com) ‘할렘 먹거리 투어’에는 할렘에 있는 흑인 소울푸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교회 가스펠 공연, 미술관 등을 관람하면서 할렘의 영혼을 경험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서울시가 뉴욕 할렘처럼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진 관광지를 발굴하기는 쉽지 않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개발 과정에서 서울 지역은 특색이 약해지고 획일화됐다.
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중 상당수가 볼거리나 경험할 것이 없다고 실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인 관광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서울시는 억지 테마 관광 대신 멋진 스토리텔링의 관광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