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황 그대로' 역대 7번째 서스펜디드게임, 어떻게 재개되나

입력 : 2014-08-06 오후 2:04:42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경기가 오늘(6일) 오후 4시부터 부산 사직에서 진행된다.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는 6일 오후 4시 사직구장에서 전날인 5일 중단된 경기를 이어서 치른다. 야구용어로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이다.
 
양 팀은 '5회 2사 1루, 볼카운트 0B-1S'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타석에는 김종호가 서고 마운드엔 장원준이 오른다. NC도 5회말 시작 당시 투수로 전날 경기의 선발 투수이자 경기 중단 당시 투수였던 테드 웨버를 다시 올려야 한다.
 
서스펜디드 게임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본래 6일 오후 6시 30분 예정됐던 경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날 중단된 경기를 이어서 하고, 당초 예정된 당일 경기도 치른다.
 
◇경기 일시 중단 선언 직후 덕아웃에 돌아오는 롯데 선수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역대 7번째 국내 프로야구 서스펜디드 게임
 
서스펜디드 게임은 사전에 예상하기 어렵다. 법률이나 리그 규약에 따른 시간제한 등이 아닌한 사용 야구장 시설의 갑작스런 고장이나 날씨로 경기가 전혀 예상치 않게 중단되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그랬다. 1-1 동점 상황이던 5회 2사 1루 볼카운트 0B-1S 상황에서 타석의 김종호가 장원준의 2구째를 기다리다 3루방향 조명탑이 갑작스레 꺼졌기 때문이다. 조명탑이 갑자기 꺼지고 바로 재가동되지 않자 김병주 주심은 경기의 일시 정지를 선언했다. 오후 7시55분 당시 사직구장 내 상황이다.
 
처음에는 일시 고장으로 보였다. 선수들은 모두 덕아웃에 돌아와 조명탑이 다시 가동되길 기다렸다. 선수도, 관중도, 기타 관계자도 모두 중단된 경기가 금방 재개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50여분이 지나고 오후 8시44분까지도 복구 소식은 없었다. 고압 차단기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였지만 부품 교체 등의 조치를 취했음에도 고장은 해결되지 않았다. 열기가 식은 이후에야 재작동이 되는 조명탑 특성상 장시간의 수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결국 김 주심은 양 팀의 감독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서스펜디드 게임 조치로 인한 상황종료를 선언했다. 대한민국 프로야구에서 7번째 서스펜디드 게임의 선언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서스펜디드 게임 중 조명 시설의 고장에 기인한 결정은 총 3번이다. 전주구장에서 지난 1999년10월6일 열린 LG 트윈스와 쌍방울 레이더스 간 더블헤더 2차전, 대구구장에서 지난 2011년4월16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그것이다. 3년3개월이 지나 다시 서스펜디드 게임의 선언이 이뤄졌다.
 
◇유리한 팀은 없다..예상 못했던 마운드 운용 문제
 
경기의 갑작스러운 중단이나 취소조치가 유리할 경우도 가끔은 있을 것이다. 크게 지고 있어 경기의 기록이 사라지거나 분위기 반전이 있는 것이 나을 때 또는 상대의 선수층이 약한 반면 자팀 선수층이 강해서 교체 투입 가능 선수가 즐비할 경우 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 중단 상황은 딱히 유리한 팀이 없다. 양팀은 1-1의 동점이었고 홈팀 롯데는 왼손 에이스 장원준을, NC는 외국인 선발 테드 웨버를 마운드에 올렸다.
 
NC의 성적이 롯데와 비교해 앞서긴 하지만 NC도 최근 팀내 선수층이 부상 등으로 인해 두텁지도 않다. 더군다나 지금 두 팀은 갈 길이 다급하다. NC는 2위 싸움 중이고, 롯데는 4위를 방어하면서 상위 순위로 오르기 위해 정신이 없다.
 
결국 이날 중단조치는 결과적으로 윈윈(Win-Win)이 아닌 루즈루즈(lose-lose) 형태로 귀결될 확률이 크다. 최대 문제는 양팀 모두 마운드 운용의 어려움이다. 경기가 중반에 중단됐기에 불펜의 부하가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는 선발 장원준이 4.2이닝 동안 19명의 타자를 맞아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었다. 롯데는 최소 3.1이닝에 걸쳐 팀의 마운드를 운용해야 한다.
 
NC는 롯데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다. 지난 3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이번스 상대 경기서 찰리 쉬렉의 퇴장으로 예상치 않던 투수인 이재학을 급히 투입했고, 그 전날인 2일에는 에릭 해커가 상대 타구에 손가락을 맞아 교체되며 휴식이 필요하다.
 
선발 투수가 부족한 때에 6일 두 경기에 선발 요원을 다 쓰기는 무리다. 그렇다고 불펜 투수를 쓰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불펜진이 평소보다 과중한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산 사직야구장 전경.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팬들이 알아둬야할 점은
 
이날 마쳐야 할 이닝은 최소 4이닝이다. 5회초 2사 1루의 상황부터 시작해 홈팀인 롯데가 이긴다고 해도 9회초까지는 모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당시의 상황은 전날 모습과 같아야 한다. 볼카운트 0B-1S 상황에서 타석에는 김종호가 서고 마운드엔 장원준이 오른다. '일시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5회말의 경우 마운드는 테드 웨버가 시작한다.
 
선수들은 경기 시작 이후 교체 가능하다.
 
다만 미리 교체 가능한 선수도 있다. 엔트리에는 포함됐지만 경기에 출전 않은 선수다. 이들은 이날 서스펜디드 게임 엔트리 제출 시한인 오후 2시(경기 시작 2시간 이전 제출) 전에도 엔트리 상에서 바꿀 수 있다.
 
더블헤더와 서스펜디드 게임의 차이는 연장 이닝의 가능 여부다. 1차전은 9회까지 치르는 더블헤더와 달리 세스펜디드 게임은 최대인 연장 12회까지 계속 경기를 치를 수 있다. 6일 당일 정상경기가 오후 7시를 넘겨 시작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초 예정된 당일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 종료 시간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오후 6시10분 전에 마치면 예정된 대로 6시30분 당일 경기가 시작되지만, 6시10분 이후에 마칠 경우 20분 간의 휴식을 부여하고 시작된다. 당일 경기는 투수를 포함한 선발 라인업이 서스펜디드 게임이 마무리되고 알려진다.
 
한편 NC는 6일 오후 1시30분부터 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롯데는 오후 3시부터 몸만 가볍게 풀고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평소보다는 오래 경기하기에 체력을 많이 빼지 않아야 하는 고육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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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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