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울EV.(사진=기아차)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기아차(000270)의 첫 전기차 수출 모델인 쏘울EV의 미국 판매 가격이 공개됐다. 국내 판매가격보다 약 800만원 저렴하게 책정됐다.
기아차는 12일 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출시할 쏘울EV의 가격을 3만3700달러(3490만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국내에 출시된 이 모델은 국내공장에서 전량 생산돼 국내와 미국에서 판매된다. 현재 국내 판매가는 4250만원이다.
미국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더하면 쏘울EV 가격은 더 낮아진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전기차 구입시 2500달러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되돌려주고, 연방정부도 보조금 7500달러를 지원한다. 캘리포니아 주민은 정부의 각종 지원금을 더해 쏘울EV를 최저 2만3700달러(245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판매가와 무려 1800만원 차이가 난다.
물론 국내에서도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별 상이한 보조금 수백만원을 더하면 보통 2000만원대에 쏘울EV를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국내는 전기차 보조금이 대부분 관용이나 리스용 차량에 지급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쏘울EV를 구입하려면 대부분 제값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가격부담이 뒤따르면서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민간용으로 지급됐던 전기차 보조금은 192대에 불과하다.
기아차가 이처럼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의 역차별 논란을 감당하고서라도 가격을 달리 책정한 이유는 쟁쟁한 경쟁상대들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브랜드 인지도나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해 판매가격을 국내보다 확 낮춘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2000년대 초반 미국 시장 진출 초기 당시 가솔린 차종의 저가 판매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형태로, 모그룹의 '제값받기' 정책과도 엇갈린다.
닛산 리프는 미국에서 최저가격이 2만8980달러, 쉐보레 볼트는 3만4345달러, 포드 포커스 일렉트릭은 3만5170달러다. 오는 11월 미국에서 출시될 폭스바겐 e-골프는 3만5445달러로 책정됐다. 기아차가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비슷한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동시에 가격 차별화의 이유로 국내 보조금이 미국보다 다소 높아 실제 구입가격이 비슷한 선에서 결정되는 점을 감안했다는 해석도 있다. 가장 많은 보조금 지원을 하는 제주도의 경우 지자체 보조금 800만원과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을 더하면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쏘울EV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이 가격에 쏘울EV를 살 수 있었던 사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조금이 많다고 해서 처음부터 가격을 해외보다 비싸게 책정했다면 정부가 보조금을 많이 지급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같은 차에 다른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차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정책은 달리 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